박철완 이사회 진입에는 찬성…지분확대·내부정보 기반으로 장기전 가나
[더팩트|이재빈 기자]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에는 동의하면서 둘의 승부는 장기전이 예상된다. 박철완 상무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사내이사 추천은 환영하지만 현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23일 수탁위 회의를 열고 오는 26일 개최 예정인 금호석화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배당안을 비롯해 이사 후보 투표에서도 대부분 사측의 제안에 찬성표를 던질 예정이다. 지분 8.16%를 소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을 박찬구 회장의 '완승'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현 경영진 견제 차원에서 박철완 상무의 필요성을 인정, 그의 사내이사 진입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그간 이사회 내부정보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박철완 상무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사회 진입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박철완 상무의 지분 10%와 국민연금의 지분을 합칠 경우 전체 의결권의 18.16%에 달하는 수치인 만큼 그의 이사회 진입은 사실상 기정사실이다. 박철완 상무도 이날 자신의 이사회 진입이 '확정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철완 상무가 이사회에 진입하게 될 경우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철완 상무가 모친과 장인 등을 동원해 꾸준히 지분을 늘리는 중이고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박찬구 회장에 대한 견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서다.
실제로 박철완 상무는 기자회견 등 공식석상에서 금호리조트 인수 등 중요한 투자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꾸준히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박철완 상무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꾸준히 지분을 확보해 다음 주주총회에서 다시 승부를 걸어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남아있는 안건 가운데 배당안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박철완 상무는 배당안으로 보통주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을 제안했다. 이에 사측도 보통주 4200원, 우선주 4250원의 배당안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ISS)와 Glass Lewis(GL)는 배당안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ISS는 사측의 배당안에 지지를 권고한 반면 GL은 박철완 상무의 배당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도 엇갈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박찬구 회장 지지를 선택했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와 서스틴베스트는 박철완 상무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에 따르면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박철완 상무 지지를 권고했다.
민준기 후보자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선임의 건은 '3%룰'이 변수다. 3%룰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는 '기업규제 3법'에서 기인한다. 3%룰에 따라 국민연금이 박찬구 회장을 완전히 지지하더라도 박찬구 회장 측 후보자의 표는 3%만 인정된다. 박찬구 회장과 자녀들의 의결권 역시 각 3%로 제한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표가 10%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한편 박철완 상무는 24일 입장자료를 내고 "국민연금의 사내이사 추천 덕분에 현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한 견제 및 감독 기능의 강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회에도 이사와 경영진의 직무집행 행위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위원의 선임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철완 상무는 국민연금이 현 경영진의 부적절한 의사결정에 대해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을 더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호리조트 인수와 자사주 장기보유 등은 현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부실기업인 금호리조트 인수에 7000억 원을 쏟아 붓는 반면 사측 배당안 대비 1900억 원 높은 주주제안 배당을 반대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꼬집었다.
fueg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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