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정기주총 예정…지배구조 불투명성 논란 전망
[더팩트|윤정원 기자] 영풍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신규 사외이사를 두고 논란이 이는 분위기다. 사외이사로 선임 예정된 인물은 정치색이 있다고 평가돼 이사회 독립성에 대해 재차 물음표가 붙는 분위기다.
◆ 24일 주총 예정…'신정수' 떠나니 '심일선' 사외이사 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오는 24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영풍빌딩에서 제70기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부의되는 의안은 △연결 재무제표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등이다.
이번 주총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다. 영풍과 계열사 코리아써키트 이사회에서 총 12년을 재직한 신정수 사외이사가 상법 개정에 따른 6년 임기 제한으로 물러나게 됨에 따라 그 자리를 누가 채울지는 일전 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앞서 영풍 내 사외이사 장기 재직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에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확보되리라는 일말의 기대감도 일었다.
하지만 업계의 관측이 무색하게도 신 이사의 후임은 한국은행 부국장과 산재의료관리원 이사장 등을 지낸 심일선 강원교육복지재단 이사가 됐다. 심 이사는 시그네틱스의 사외이사로 6년간 재직한 인물이다. 심 이사는 2015년 3월 등기임원인 시그네틱스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돼 5차례 연임했다.
심 이사는 시그네틱스에서 영풍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에서도 사외이사로 재임할 예정이다. 오는 29일 열리는 코리아써키트 주총에도 제3-2호 의안으로 심일선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 오른 상태다. 심 이사는 시그네틱스 사외이사 자리에서는 사임할 예정이다.
◆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정치 성향도 작용했나
영풍의 사외이사가 대외적으로 주목을 받는 까닭은 영풍의 지배구조에 있다. 영풍그룹은 크게 영풍→코리아써키트→테라닉스→시그네틱스 등으로 이어진다. 시그네틱스의 경우 영풍의 자회사였지만 현재는 영풍의 증손자기업에 해당한다. 영풍은 지난해 12월 자회사였던 시그네틱스 주식 31.62%(2710만6230주) 전량을 약 206억 원에 손자회사인 테라닉스에 처분했다. 이로 인해 심 이사가 영풍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두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비판이 이는 것이다.
영풍의 계열사 출신 인물을 활용한 사외이사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영풍 전무 출신인 장성기 사외이사는 2009년 처음 선임돼 2020년 3월까지 10차례나 연임 가도를 달렸다. 장성기 이사는 2005년부터 2015년 3월까지는 코리아써키트 사외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부국장 등과 같은 눈에 띄는 약력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심 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는 정치적 성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2000년대 초를 주름잡던 정치권 인사들과 심 이사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것도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심 이사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 지지에 앞장선 노동계의 주축인 '개혁과 통합을 위한 노동연대'의 상임대표였다. 심 이사는 2003년 11월 중간에 후보 자리를 내놓긴 했으나 자유주의 성향의 민주당계 정당인 열린우리당 부천소사지구당 국회의원후보자 추천선거 경선에도 참여했다.
심 이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부겸 전 장관은 고려아연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의 외아들인 최민석 고려아연 상무가 김 전 장관의 사위다. 고려아연은 영풍 계열 주요 제조업체다.
◆ 지배구조부문 D등급…이사회 독립성 우려 지속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한 '2020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영풍은 △환경(D등급) △사회(B등급) △지배구조(D등급) 등 통합 C등급으로 전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은 바 있다. 영풍의 지배구조부문 등급은 △2016년 D등급 △2017년 C등급 △2018년 B등급 △2019년 C등급으로 개선됐다가, 지난해 다시 D로 회귀했다.
지배구조부문이 최하위인 D등급 평가를 받은 것은 이사회 독립성이 우려되는 요소가 곳곳에서 발견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9월 말 기준 영풍 이사회는 5명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로는 이강인 대표이사 사장, 박영민 대표이사 부사장이 있고, 최문선, 신정수, 박병욱 이사가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다. 이 사장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 또한 최문선, 박병욱 사외이사와 이강인 사장으로 구성된다. 이 사장은 사추위원까지 맡는다.
이와 관련해 영풍 관계자는 "이사회는 사내조직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별도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한편, 영풍이 지난 9일 공시한 연결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영풍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은 3조7121억3649만 원, 부채는 1조2887억1946만 원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1834억3278만 원, 영업이익은 466억8348만 원 등으로 집계됐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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