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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는 박철완, 가드 올린 박찬구…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내주 본격화

  • 경제 | 2021-03-05 16:51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우측)가 제기한 의안상정가처분신청을 심문했다. 박철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의 고삐를 쥐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찬구 회장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팩트DB, 금호석유화학 제공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우측)가 제기한 의안상정가처분신청을 심문했다. 박철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의 고삐를 쥐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찬구 회장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팩트DB, 금호석유화학 제공

박철완, 소송·공시·홈페이지 공개 등 일주일 내내 '이슈몰이'

[더팩트|이재빈 기자] 경영권 분쟁을 진행중인 금호석유화학이 다사다난한 한주를 보냈다. 이번주 들어 매일같이 경영권 분쟁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서다. 오는 9일에는 주주총회 안건 등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다음주 초에는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의안상정가처분신청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경영권 분쟁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박철완 상무가 지난 25일 신청한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를 심문했다. 앞서 박철완 상무가 신청했던 주주명부열람가처분 신청이 판결까지 9업무일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의안상정가처분 신청 결과는 다음주 초쯤 나올 전망이다. 통상 심문 이후 결정·판결까지는 2~3일이 소요된다. 일각에서는 9일로 예정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전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박철완 상무가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주제안 내용도 공개됐다. 박철완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자사주 소각 △사외이사 중 의장 선출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 △신규 이사 5인 선임 △배당 확대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신설 요구 등은 이날 새로 알려진 사실이다. 먼저 내부거래위원회는 계열사 간 거래 및 계열사 매각·편입을 심사·승인하는 기구다. 박찬구 회장의 금호리조트 인수가 소액주주들로부터 비판받는 중이고 박철완 상무도 이를 비난하고 있는 만큼 박찬구 회장을 견제하려는 수로 풀이된다.

이사의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위원회에도 박찬구 회장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박찬구 회장은 2019년 50억7200만 원을 수령하며 3년 연속 업계 최고 연봉을 기록했다. 박철완 상무는 이 역시도 보상위원회라는 카드를 통해 이달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을 압박할 계획이다.

박철완 상무는 다음날인 3일 경영권분쟁을 위해 준비해둔 홈페이지를 공개했다. 주주총회 안건 확정을 앞두고 사전에 자신을 지지하는 주주들을 집결시키기 위한 행보다. 실제로 박철완 상무가 이날 공개한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주주제안 관련 세부 안건 및 의결권 위임 정보는 상법에 따라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안건이 확정된 후에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4일에는 박철완 상무와 그의 모친 김형일 씨가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했다는 공시가 발생하면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는 지난 2일 금호석화 보통주 9550주를 장내 매수했다. 박철완 상무의 모친 김형일 씨도 같은날 보통주 2만5875주를 매집했다.

주주명부가 지난해 말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박철완 상무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있는 점은 그가 내년 주주총회나 올해 임시총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박철완 상무의 모친이 지분 확보에 두팔걷고 나선 만큼 재계와 화려한 혼맥을 보유하고 있는 그의 처가와 누나, 매형들이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박철완 상무의 부인 허지연 씨는 GS그룹의 방계회사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차녀다. 세 누나는 각각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결혼했다.

다만 박철완 상무 측 관계자는 "이번 주식 매입은 주주제안을 결심한 것에 대한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드림으로써 향후 회사와 공동운명체로서 나아가겠다는 각오의 일환"이라며 "위기의 근원적 요소는 '책임지지 않는 인간'이다. 임원이자 최대주주로서 책임의 균형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주주명부를 확인한 박철완 상무가 이달말 열리는 주총에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박철완 상무는 주주명부열람가처분 신청을 통해 지난달 22일 주주명부를 확보했다. 이날 확보한 주주명부를 살펴본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회장을 지지할만한 세력이 적다고 판단해 공격의 고삐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철완 상무의 공세는 내주 들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주주총회 안건 확정 이후로는 박철완 상무가 위임장 접수 등 더 공격적인 행보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주 열리는 이사회나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서 안건이 확정될 예정인 만큼 주주총회까지 남은 약 2주 동안 박철완 상무의 공세가 더 강해질 것은 명백한 상황이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박철완 상무의 행보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월 박철완 상무가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하고 주주제안을 제출했을 당시 즉각 입장을 발표했던 것과는 기조가 달라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응할수록 경영권분쟁의 판이 커져 박철완 상무의 존재감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금호석유화학이 무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fueg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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