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4일 SH 마곡 분양원가 자료 은폐의혹 규탄 기자회견 진행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속칭 '바가지 분양'을 위해 서울 강서구 마곡 15단지의 분양 원가자료를 은폐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사전 투기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부 기관인 SH마저도 분양수익을 숨겼다는 의혹으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사게 됐다.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소재 경실련 강당에서 SH 마곡 분양원가 자료 은폐의혹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경실련은 SH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분양원가공개 정보공개 소송을 숨겼으며, 재판부에 '아파트 분양원가 관련 자료를 분실했다'는 허위문서를 제출하고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 때 공개됐던 분양원가는 박원순 시장이 재임한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고, 이와 함께 건축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06년 9월 대시민발표문을 내놓고 SH가 공급하는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적용, 80% 완공 후분양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SH는 설계내역서, 건설사와 계약한 도급계약 내역, 하도급 내역 등의 세부 공사 내용을 공개거부했고, 이 과정에서는 경실련의 행정소송 등을 통해 원가자료가 공개됐다.
SH는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재임한 이후로는 이전과 달리 분양원가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경실련 측은 말했다. 분양가도 이전의 61개 항목을 12개로 축소해서 공개했다는 설명이다. 경실련에 의하면 실제 원가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건축비를 비롯한 분양가는 가파르게 뛰었다. 3.3㎡당 건축비는 2010년 440만 원(세곡)에서 2011년 평당 538만 원(우면2-1), 2012년 701만 원 등으로 급등 추이를 보였다.
분양가 상승이 지속하자 경실련은 지난 2019년 4월 SH에 마곡 15단지 등 12개 단지 분양원가 세부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SH는 원도급 내역서 및 설계내역서는 업체의 영업비밀이라 공개가 불가하다고 판단, 전경련의 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경실련은 2019년 7월 재차 행정소송에 나섰고, 2020년 4월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과거 원가공개 판결이 났음에도 일부승소 판결이 내려진 까닭은 SH가 마곡 15단지 설계내역 등 일부 자료를 분실해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SH는 지난해 12월 재판부에 마곡 15단지의 설계내역서와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 등이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SH가 하태경‧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마곡 15단지의 건축비 원가자료를 제출하면서 SH가 앞서 자료가 사라졌다고 한 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 측은 SH가 분양가를 부풀려 얻은 부당이득 등을 감추기 위해 고의로 원가자료를 숨기고 사법부와 시민을 속였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어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투기가 들통이 났고, 오늘은 SH다. 공기업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설립된 기관이건만 두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끝이 없다"면서 "투명한 원가공개를 요구한 것은 부동산 가격을 회복하자는 취지이지만 SH는 이를 계속 숨겨왔다. 과거 소송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 자료가 아예 분실됐다고 한 것은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해석돼 더욱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앞서 5번의 원가공개 판결이 났는데도 SH는 지금도 속이기에 급급하다. SH는 30평형 아파트 1채에 1억5000만 원 이상의 바가지를 씌웠다. 2014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SH 사장할 때부터 현재까지 분양한 아파트가 1만2000가구다. 가구당 2억 원씩 이익을 잡으면 약 2조5000억 원의 부당한 이익을 챙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SH는 재료비, 노무비 등 세부내역별로 공사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향후 SH 측에 법적 책임도 물을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SH가 하태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가공개가 이뤄지던 당시 서울 강서구 발산4단지(2007년 8월 분양)의 3.3㎡당 분양가는 598만 원이다. 그러나 인근 마곡15단지(2013년 8월 분양)와 마곡9단지(2020년 2월 분양)의 분양가는 각각 1218만 원, 2001만 원 등으로 크게 뛰었다. 원가 비공개 이후 값이 급등한 것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오름세는 눈에 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MF가 와서 물가가 폭등한 것도 아니지 않나. 중간 과정에서 건축업자들과의 결탁과 같은 비리가 없다면 분양가가 이렇게 폭등할 리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 임기동안이라도 적폐를 뿌리 뽑고 서울 집값을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자료 은폐 의혹과 관련, SH 관계자는 "1심 재판부의 자료제출 요청에 대해 해당 자료가 각 사업부서별로 산재돼 있어 찾는 데 다소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일부 자료를 기한 내 찾지 못하여 부존재 처리됐다. 하지만 이후 2심 진행과정에서 부존재 자료를 추가로 찾아 제출 완료한 상황"이라며 "1심 진행 시 고의적으로 문서를 은폐 또는 미제출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SH 관계자는 "본 사안은 현재 소송진행중인 건이며, SH공사는 최종 소송결과에 따라 해당정보에 대한 공개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소송진행 중인 소송당사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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