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43일 연속 '순매도'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연기금이 43일 연속 매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연기금 내 거대 매도세력인 국민연금을 향해 '과매도'를 멈추기 바란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주식 13조 원을 팔아치웠다. 전날에도 1084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연기금은 무려 43거래일 연속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등을 가리킨다. 이중 국민연금의 자산규모 등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매도금의 상당부분 비중은 국민연금이 차지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매도행렬은 최근 코스피 대형주를 기준으로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연기금 내 국내주식 자산 비중이 높아진 까닭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자산 배분 원칙'을 지키기 위해 주식 매도가 이뤄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매년 국내외 주식 및 채권의 투자 비중을 정해 그에 맞게 자금을 운용한다.
지난해 5월 국민연금 기금위가 정한 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지난해 대비 0.6%포인트 낮아진 16.8%다. 국내 증시가 오르면서 자산 비중이 늘어나면 목표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비중 조절을 위해 24조 원 가량 더 매도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국내 주식가치가 176조6960억 원으로 전체 금융자산 중 21.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는 올 연말 목표치 대비 4.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올 연말 국내 주식비중 자산배분 목표치인 16.8%에 맞추려면 현 주가 기준 연말까지 총 36조7290억 원가량의 주식을 팔아치워야 한다. 현재 13조 원 가량을 팔았기에 23조7000억 원 가량을 추가로 매도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순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코스피 순매도는 자산배분 비중 조절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하며 "주식시장 내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은 자산배분 비중을 목표에 근접하게 조정해야 하기에 당분간 순매도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연기금의 올해 일평균 순매도 속도를 고려하면 6월 초는 되어야 목표 비중 달성이 가능하다"며 "비중 목표 시점이 연말이며, 코스피의 연내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함께 고려하면 연기금 순매도 속도는 6월 전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연기금의 강한 순매도가 코스피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지난해 증시 상승에 힘을 실어 온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등을 향해 원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대량 매도 이유가 궁금합니다' 라는 제목의 청원글까지 나타났다. 청원인은 "연기금은 팔더라도 시장에 영향 없게 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것은 처음 있었던 일이고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게시글은 2일 오후 5시 기준 13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오는 4일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본사 앞에서 국민연금의 '과매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투연 관계자는 "지긋지긋한 박스피를 벗어나 13년 만에 봄이 찾아온 국내 주식시장에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는 국민연금의 사상 유례 없는 연속 매도 행태는 우리 주식시장을 살린 동학개미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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