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영입 '극약처방' 통할까
[더팩트|한예주 기자]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ON)'이 부진한 실적 탓에 결국 출범 1년도 채 안 돼 수장을 교체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2년간의 준비기간에도 온라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데 따른 결단이다.
27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은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의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
조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 등과 함께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 측이 직접 '사업 부진'을 언급한 데다 롯데온이 출범한지 1년도 안 된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도 85개 계열사 중 13곳의 조직장을 교체하며 내부 군기를 다잡은 바 있다. 정 대표의 사임 역시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계열사 경영진들에게 간접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온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롯데온의 (계열사 통합)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은 백화점·마트·슈퍼·닷컴·홈쇼핑·하이마트·롭스 등 롯데그룹 7개 계열사를 한 데 모은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이다. 롯데쇼핑이 2018년 e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한 뒤 총 3조 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하지만 '유통공룡' 롯데가 2년간 칼을 갈아 만든 결과물 치고 성적은 부진했다.
첫날부터 시스템이 불통된데다 데이터 통합도 매끄럽지 않았다. 경쟁사와 비교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불편하고 통합몰 출범에도 계열사 간 기존 온라인몰이 계속 따로 운영되며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은 7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느는 데 그쳤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9.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은 약 40% 성장률을 보였고, 쿠팡은 최대 55조 원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으며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온 애플리케이션 월 사용자 수는 112만 명으로 1위인 쿠팡(2141만 명)의 5.2%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트래픽도 일 평균 340만 건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에 그쳤고, 거래액이 늘었던 4분기 트래픽은 일 평균 345만 건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2.2% 줄었다.
신동빈 회장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롯데지주도 롯데ON에 대한 확실한 개선책과 함께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해 내부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온의 부진에 대해 오프라인 중심의 경직된 조직 문화와 각 사업부간 이해관계 조율 등이 빠르게 변하는 온라인 사업 특성과 맞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양한 사업부 및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구조인데다 기존 조직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들이 통합의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롯데는 후임으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이른 시일 안에 안정적인 궤도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맨의 DNA로는 e커머스 시장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외부 수혈을 선택한 셈이다.
롯데온이 이번 쇄신으로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는 입지를 확보할 수 없다는 강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세계그룹의 발빠른 인재 영입을 통한 성과에 롯데 역시 자극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롯데온 자체적으로 성장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 공간을 재편해 롯데온 지원을 위한 물류센터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고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정보통신 등이 IT 인프라와 물류 인프라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그룹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하는 초기에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타났고 이를 해결하는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온의 경우 7개나 되는 채널을 통합하고 오픈마켓까지 표방하고 있어 더욱 복잡할 것이다. 외부 인사 영입 등 롯데 온라인 사업전략의 대대적인 변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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