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국민들에게 신뢰 못 줘"
[더팩트|윤정원 기자] 임대사업을 적극 장려하던 문재인 정부가 세제 혜택을 거두고 임대사업자들을 '적폐' 취급하다시피 하면서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등록 임대사업자의 공적의무 준수여부를 조사한 결과 3692건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나서 의무기간 내에 집을 처분하는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에 부여한 세제 혜택을 환수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사안에 따라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기로 했다.
등록 임대사업자는 △양도세율 중과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 △사업자 본인 거주주택 양도세 비과세 △임대소득세 경감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취득세 면제 및 경감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대신 정해진 기간 내 임대주택을 유지하면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임대료를 직전의 5% 이상 올리지 않는 등 공적 의무를 진다.
해당 합동점검 결과가 알려지자 임대인들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임대인들은 세금공제를 통해 다 토해내게 돼 있는데 임대업자가 중범죄자인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렌트홈에 신고하게끔 돼 있고, 임대 상한 이상 올리면 시스템에 입력조차 되지 않는다. 임대사업을 장려할 땐 언제고 이제는 세금 내는 사람을 죄다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다"는 등의 토로다.
지난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세제 혜택을 주면서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게 주요 골자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입자와 집주인이 상생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며 "살고 싶은 곳에서 오래오래 사는 것은 복지 차원을 넘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다. 세입자에게 전월세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집주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대등록이 절세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시중에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정부는 금세 정책 기조를 바꿨다. 2018년 9·13 대책에서는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을 상당수 거둬들였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취득한 주택은 임대로 등록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종부세도 다른 주택과 합산 과세하도록 했다. 공시가격 6억 원(서울·수도권 기준)과 전용면적 85㎡를 넘는 임대주택은 최고 7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됐다.
2019년 12·16 대책에서는 취득세 감면 요건에 가격 기준을 신설했다. 2020년 6·17 대책을 통해서는 종전 법인 소유 주택을 8년짜리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던 혜택을 없앴다. 모든 지역에서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또한 금지했다.
7·10 대책에서는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등록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임대 의무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되는 방법을 통해서다. 단기임대의 신규 등록 및 장기임대로의 전환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현미 장관은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임대차 시장 투명성, 임차인들의 주거안정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 굳이 등록 임대사업자제도를 재촉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세금폭탄을 맞게 된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부랴부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임대주택 세제지원 보완조치를 같은 해 8월 7일 마련했다. 정부는 7월 10일 이전에 등록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자진등록말소 또는 등록말소시점까지 소득세·법인세 감면 및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등 당초 예정됐던 세제혜택을 유지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때도 정부의 '땜질' 처방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 속 임대인들의 토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8월 18일부터 전면 의무화되는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역시 논란 사안이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차계약 체결시 보증보험 가입 보증서를 첨부해 3개월 내에 렌트홈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업무과중으로 보증서 발급이 늦어지면서 상당수 임대사업자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 처지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HUG가 임대주택에 공동담보가 설정된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고 잘못 안내해 혼란이 일기도 했다. 통상 금융기관은 토지 위에 건물을 짓는 용도로 자금을 빌려주면 토지와 건물 등에 공동담보를 설정한다. 공동담보가 설정된 이후에는 이를 나누기도 쉽지 않다.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과태료만 부과받게 됐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연이은 주택임대사업자 규제를 통하여 수많은 문제를 안게 됐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그만두고 국가가 원하는 공급이 아닌 수요자인 국민들이 원하는 양질의 공급을 통해서 임대차 시장의 체증을 해갈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사업 등록 활성화 방침을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는,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혼란이 결국에는 집값을 올리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언급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임대사업자들도 정부를 믿고 따르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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