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등 국내 업계 "당장 문제없지만, 상황 예의 주시"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차질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공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의 물량 공급지연으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토요타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의 공장 중단 및 감산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올해 1분기 중국 5만 대 감산을 비롯해 10만 대 감산을 계획 중이며, 토요타 역시 글로벌 주요 생산거점에서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GM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루이스 포토시 등 북미 지역 3개 자동차 조립공장의 감산 조치를 최소 오는 3월 중순까지로 연장한다.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물량 선제 확보로 당장 감산을 검토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차 역시 당장 생산에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수개월 이상 공급 차질이 지속할 경우 업체의 자구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비한 선제 대응으로 일정 수준의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활한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서는 MCU 글로벌 공급 차질 사태가 올해 3분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업계의 공급 차질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TSMC를 비롯해 주요 생산국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 협력을 요청해 단기 물량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적 전략을 수립해 국내 팹리스-파운드리-자동차 업계 간 협력 산업생태계를 조성,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해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독일, 일본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대만 경제부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 협조를 요청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은 우리 자동차 업계 일부의 위기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국내 자동차 업계와 팹리스, 파운드리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 역량을 확충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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