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최악의 경우 美 배터리 시장 '철수'…바이든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더팩트|이재빈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이번 주에 나온다. 양 사가 원하는 합의금 액수의 간극이 2조 원에 달해 막판 극적인 합의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소송 결과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소송전 이후 배터리업계의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다.
◆ 10일 ITC 최종판결 나와…예비 결정 뒤집힐까
9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10일(현지시간) LG엔솔이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시차를 고려하면 국내시간 기준으로는 10일 밤에서 11일 새벽 사이에 판결이 나온다.
소송은 2019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그해 4월 LG엔솔이 ITC에 SK이노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K엔솔로 자사 직원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일부 영업비밀을 빼돌렸다는 이유에서다. ITC는 지난해 2월 LG엔솔이 제기한 소소에 대해 SK이노의 조기 패소 승인을 예비 결정했다. 하지만 같은해 4월 SK이노가 이의를 제기했고 수차례 최종판결 결정일이 변경된 끝에 오는 10일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최종 판결을 앞두고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의 특허무효심판(IPR) 기각 결정도 나왔다. PTAB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SK이노가 LG엔솔을 상대로 제기한 IPR 요청을 기각했다. IPR은 통상 특허 소송을 제기받은 측이 특허권 등에 무효 사유가 있다며 해당 특허의 무효화를 청구하는 조치다. IPR이 승인되면 해당 특허의 효력 자체가 무효로 돌아가는 만큼 특허 소송을 제기받은 측이 주로 응수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한때 PTAB의 IPR 기각을 두고 SK이노의 패색이 짙어졌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SK이노는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PTAB가 IPR을 기각하면서 "특허에 대해 강력한 무효 근거를 제시했다"는 등의 부연을 붙이면서다. 또 PTAB가 ITC 판결을 앞둔 사안의 경우 ITC 판결을 먼저 확인하고 있는 점도 이번 IPR 기각이 근거 부족으로 인한 기각이 아니라는 SK이노의 설명에 힘을 보태고 있다.
◆ 정계까지 나섰지만…SK이노-LG엔솔 합의금 액수 두고 '이견' 커
양 사의 소송을 두고 정·재계에서는 합의를 종용하는 중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라. 낯부끄럽지 않냐"며 양 사의 합의를 촉구했다. 세계 배터리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국내기업끼리 소송전을 벌이면 소송비용만 지출하고 외국 배터리 기업이 치고나갈 틈을 만들어준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도 5대 그룹인 SK와 LG의 소송전이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정·재계의 만류에도 SK이노와 LG엔솔이 막판 극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양 사가 서로 원하는 합의금 액수 차이가 2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한 LG엔솔은 최대 2조8000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SK이노는 수천억 원 수준에서 합의하기를 바라고 있어서다.
LG엔솔이 그간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한 금액을 감안하면 SK이노가 바라는 합의금 액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액수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투자를 통해 획득한 지식재산권을 지키려는 소송에 정계까지 나서서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지식재산권을 경시하는 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만약 오는 10일 ITC 판결에서 SK이노가 패소하게 될 경우 배터리업계에는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패소 시 미국 내 배터리 관련 영업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관련 투자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SK이노는 약 3조 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제1·2공장 등을 세우는 중이다. 1공장은 내년 1분기, 2공장은 2023년 1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미국 내 영업이 불가능해질 경우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
◆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다만 소송 결과가 나와도 사건이 일단락되려면 최장 60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ITC 판결이 효력을 발휘하는 시점은 판결 60일 후다. 이 기간 동안 양사가 합의할 경우 SK이노는 미국 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SK이노가 미국 내 지역 일자리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 중인 만큼 지역 경제를 의식해 ITC의 판결을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 전기차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SK이노의 미국 시장 철수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SK이노의 빈자리를 중국 배터리 업체가 채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편 ITC 최종 판결을 앞두고 SK이노의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소송 패소를 전망한 주주들이 SK이노의 주식을 매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31만7000원이었던 SK이노의 주가는 5일 들어 30만4000원으로 전일 대비 1만3000원 하락했다. 8일 들어서도 매도가 이어지면서 이날 종가는 5일 대비 7.4% 하락한 28만1500원을 기록했다.
fueg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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