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TAR200ETF 등 상품 보수 일제히 '인하'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본격 수수료 경쟁에 팔을 걷을 것으로 예상된다. KB자산운용은 '0원에 가까운 수수료' 카드를 내밀면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구성된 양강 구도 흔들기에 나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자산운용이 대표지수 ETF 중 △KBSTAR200ETF △KBSTAR200TotalReturnETF △KBSTAR미국나스닥100ETF의 총보수(1년 동안 투자자가 내야 하는 수수료의 합)를 일제히 낮춘다고 밝혔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든 상품이다. ETF에 연계되는 지수는 국내 시장지수 뿐 아니라 산업별 지수, 각종 테마지수 등 다양하다.
KB자산운용은 국내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BSTAR200ETF의 수수료를 연 0.045%에서 연 0.017%로 내린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며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상품인 KBSTAR200TotalReturnETF는 연 0.045%에서 연 0.012%로, 해외 대표지수인 미국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KBSTAR미국나스닥100ETF는 연 0.070%에서 연 0.021%로 낮췄다.
KB자산운용이 내건 수수료는 해당 지수 ETF로는 국내 최저 수준이다. 이번 결정으로 KB자산운용의 연보수가 시중 가장 낮은 상품의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200 추종 ETF는 모두 9개로, 연보수는 0.325%부터 0.036%까지다.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시중 3개 상품은 모두 0.07% 수준이며 이는 KB자산운용의 3배가 넘는다.
ETF를 통해 얻는 보수는 운용보수와 신탁보수, 판매보수 등으로 나뉜다. KB자산운용이 내놓은 상품의 보수 구조에서 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보수만 보면 연 0.001%다. 운용보수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될 만큼 수수료를 낮춘 것이다.
이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업계 최저 보수의 ETF 운용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궁극적으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구성된 양강 구도를 흔들어 ETF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TF는 간접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추세 속에서 선전 중인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이다. 지난 2016년 말 순자산 25조 원 규모였던 ETF시장 규모는 지난달 말 54조 원을 넘어섰고, 250개 수준이던 종목 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개인투자자들도 ETF에 대한 투자는 늘리고 있고, 대규모 운용자금을 거머쥔 연기금 역시 운용에 ETF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번 KB자산운용의 도전장이 국내 ETF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7.3%(삼성자산운용 51.87%, 미래에셋자산운용 26.79%)다. KB자산운용은 업계 3위로 시장점유율은 6.5%다. 이를 제외한 타 운용사의 점유율은 5% 미만에 그친다.
업계 내 수수료 전쟁을 끌어오는 등 시장변화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KBSTAR미국나스닥100을 기존 ETF수수료의 7분의 1 수준인 0.070%로 출시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다수 운용사들이 KB자산운용을 따라 곧장 수수료를 낮췄다.
KB자산운용은 장기투자에 나서는 기관투자가 등의 고객에게 ETF 최저보수가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ETF는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간에는 성과 차이가 크지 않아 장기 투자를 원할 경우 저렴한 보수가 상대 성과를 좌우한다"며 "개인 투자자는 물론 장기 투자하는 기관투자가에게도 상품의 매력도를 크게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KB자산운용의 이번 수수료 인하 전략으로 중하위권 운용사들의 ETF 사업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지수형 ETF의 총보수는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다"며 "한 회사가 수수료를 끌어내리면 중소형 규모의 경쟁사들도 따라 내려야 하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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