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신 회장 대주주 문제에 교보생명이 개입"
[더팩트│황원영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 2조 원대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다. 검찰 기소를 계기로 연일 날 선 공방을 펼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싸움에 교보생명이 개입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는 지난 18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3명과 FI 관계자 2명을 기소했다. 지난해 4월 교보생명이 안진회계법인 등을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신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이미 국제중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FI 관계자를 기소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 풋옵션 가격 산출 놓고 갈등···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번져
분쟁은 2012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 소유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당시 FI는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투자 계약을 맺고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키로 했다.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이후 교보생명의 상장이 불발되자 투자자들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문제는 풋옵션 가격이다. FI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회계법인)에 풋옵션 가격 산정을 위한 평가를 의뢰해 행사 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매입 원가인 주당 24만5000원의 2배에 가깝다.
FI와 안진회계법인 계산대로 한다면 신 회장은 2조 원을 들여 주식을 되사야 한다. 신 회장 측은 주당 20만 원대를 주장하고 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풋옵션 행사시점이 2018년 10월 23일임에도 공정시장가치 산출 기점을 2018년 6월 30으로 잡았다. 산출 기점 직전 1년간 교보생명과 유사한 그룹 주가를 비교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했는데,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에는 금리 인상 등의 기대감으로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주가가 급등한 시기다. 안진회계법인이 평가 기준일을 앞당김으로써 가격을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신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2019년 양측은 ICC(국제상공회의소) 중재법원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오는 3월 2차 중재 청문회를 앞두고 돌연 교보생명이 검찰 고발 조치를 취했다.
교보생명이 나서 안진회계법인을 고소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풋옵션 분쟁의 본질은 투자자와 신 회장 개인 간 문제인데 교보생명이 나서서 대주주를 감싸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주주 간 분쟁이 격화되자 회사의 정량적∙정성적 손해가 발생·확대됐고, 이사회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회사 손해 축소에 시급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檢 기소 두고 반박·재반박 공방전
검찰 기소 이후 양측은 연달아 보도자료를 내고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FI 측은 신 회장이 계약 절차를 무시했으며 본인 이익을 위해 회사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공소장은 '허위보고'라는 조항을 들어 공인회계사법 위반을 문제 삼고 있으나 적정가치 산정 과정에서 의뢰인과 회계사 간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다"며 "FI는 계약서에 따라 평가기관을 지정해 가격 산출을 의뢰했고 안진회계법인은 기존에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통상적인 공식으로 가격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 회장이 가격을 제시하기는커녕 평가기관을 지정하지도 않았다. 만약 신 회장이 지정한 다른 회계법인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제출한 가격보다 10% 이상 낮은 (36만8920원 이하) 가격을 산출했다면 두 가격은 무효가 되고 제3의 평가기관에 가격 산출을 의뢰했을 것"이라며 신 회장이 계약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보생명의 주가가 높게 책정되면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라며 "교보생명의 CEO이며 회사를 발전 시켜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경영자가 스스로 자기 회사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며 고발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즉각 반격했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컨소시엄 및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공소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왜곡할뿐더러, 위법한 사항에 대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검찰 공소장에는 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이 허위의 가치평가 보고서 작성을 위해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또 "단순히 양측이 보고서를 조율한 것이 아니라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가치 산정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회사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40만9000원은 최대주주가 지분을 사야 하는 가격이지, 최대주주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산정한 가격은 최대주주와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한 전체 58%의 지분을 판다고 해도 맞출 수 없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또 신 회장이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는 데 대해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에 따라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어피니티컨소시엄는 검찰의 기소 내용이 이미 국제중재 과정에서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교보생명은 검찰 기소로 풋옵션 산정 과정의 문제가 새롭게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국제중재 최종 결과는 올해 하반기 발표될 예정이다. 중재소송에서 신 회장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오면 교보생명의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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