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재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주린이 대선배' 박현주 회장, 유튜브서 투자 조언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바이든 시대'가 열렸습니다. 20일(현지시간) 낮 12시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이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에서 취임 선서를 했습니다. 전 세계의 눈이 쏠린 시간이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예고한 대규모 경기 부양과 보호무역 완화 정책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주식시장도 환호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죠. 하지만, 대장주 삼성전자는 휘청였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 소식 때문입니다. 삼성은 3년여 만에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날로 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모습입니다. 금융 오너의 행보도 눈에 띄는 한 주였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기 때문입니다. 주식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을 전했는데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알아보시죠.
◆ "이재용 무죄" vs "이재용 구속"…재판 현장은 '극과 극'
-이번 주 재계에서 가장 큰 이슈라면, 단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소식일 텐데요, 삼성그룹은 대국민 사과, 준법감시위원회 설립, 자녀 승계 포기 등으로 인해 최악의 시나리오인 구속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충격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맞습니다. 지난 18일이었죠.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재판 말미 "피고인을 실형에 처한다"는 재판장의 선고에 이 부회장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변호인단과 짧게 대화를 나누고 재판정을 빠져나갔죠.
-삼성 측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재판 결과에 관해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말 그대로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이미 한 번 경험했고, 그에 따른 파장과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겪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판결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건 어쩌면 이들에게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날 법정 밖이 꽤 소란스러웠다고요?
-벌써 수년째 반복된 일이죠. 지난 1, 2심 선고 때도 재판이 시작되기 수 시간 전부터 수백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현장에는 취재진 외에도 이 부회장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 반대인 사람들도 선고공판 때마다 꽤 많은 인원이 법원 앞에서 모입니다.
-일부는 밤샘 줄서기로 방청권을 받고 재판 과정을 지켜보기도 하죠. 이날 선고공판에서도 이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되자 방청석에서 "판사님 정말 너무 하십니다"라는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재판정 밖에서는 몸싸움이 일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재판정 밖은 더욱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공판 시작 전부터 이 부회장의 지지자들은 "이재용은 무죄다"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쪽에서는 "이재용을 구속하라"며 쉼 없이 외쳤는데요.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측 간 크고 작은 승강이가 이어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반대자들 가운데 일부가 재판정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는 과정에서 지지자와 충돌하면서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지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죠.
-법원 안팎의 풍경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재판 판결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 차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각각의 해석이나 판단의 옳고 그름이야 주관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겠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의 구속이 현실화됐다는 사실만큼은 분명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 격화하는 SK-LG 배터리 분쟁…'승자 없는 대결' 우려도
-산업계 소식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소송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8일 한 주의 시작과 함께 포문을 열고 LG에너지솔루션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의 판결을 곡해해 여론을 이상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새로 보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PTAB의 어떤 판결을 곡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앞서 PTAB는 13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무효 심판(IPR)을 기각했습니다. IPR은 특허 소송을 당한 기업이 해당 특허를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하는 절차입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서 이뤄지는 소송과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하지만 PTAB가 SK이노베이션의 IPR에 대해 조사 개시를 거절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앞으로 예정된 ITC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PTAB가 IPR을 각하한 이유는 내규에 따라 ITC 소송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사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PTAB가 IPR을 각하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일정 부분 들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PTAB가 어떤 표현으로 SK이노베이션의 편을 들어준 겁니까?
-SK이노베이션이 PTAB에 청구한 IPR은 총 8건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판결에서는 '신청인의 특허무효 주장에 강한 신빙성이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외에도 '특허무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 '특허무효에 관한 강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표현도 담겨있었습니다.
-LG에너지 솔루션은 어떤 입장입니까?
-LG에너지솔루션도 SK이노베이션이 입장을 밝힌 18일 입장문을 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R이 각하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법정에서 명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PTAB의 일부 내용만으로 진실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양 사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겁니까?
-사건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LG화학의 배터리 분야 직원 5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자 LG 측은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며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소송 진행 기간에도 100여명의 인력이 SK로 둥지를 옮기면서 소송전이 해외까지 확장된 상황입니다.
-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ITC는 내달 10일 소송전의 본 사건 격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입니다. 특허 소송은 오는 7월 19일 판결이 나옵니다.
-소송이 미칠 파급력은 어느 정도로 전망되고 있습니까?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는 측은 사실상 미국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들어간 소송 비용도 천문학적인 상황에서 패소 시 이보다 더 큰 액수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 사가 소송을 앞두고 극렬히 대립하고 있는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에서 승리한다고 할지라도 실익은 크지 않아 사실상 '승자 없는 대결'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양사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네. 양사 모두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적지 않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인 만큼 두 기업 모두 이쯤에서 합의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소송 결과가 단순히 두 기업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 만큼 자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실제 2019년에는 청와대가 나서 양사를 중재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 '나도 주린이였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투자 전략에 투자자 반응은?
-이번에는 증권가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유튜버로 변신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네. 박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만큼 공개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데요, 이번에 유튜브에서 투자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는 박 회장의 투자 조언이 담긴 영상을 지난 14일부터 4차례에 걸쳐 유튜브로 공개했습니다. 박 회장은 임직원과 함께하는 온라인 투자전략 미팅을 보여주며 주요산업 트렌드를 짚어보기도 하고,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 투자에 대해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좀 솔깃할 내용이 있었나요?
-4회에 걸쳐 공개된 영상에서 박 회장이 일관되게 강조한 내용은 '장기적으로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과 'ETF에 투자할 것' 이었습니다.
-박 회장은 특히 ETF 투자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말했는데요. "ETF는 일반 펀드와 달리 자산가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가 쉽고 수수료가 싼 점이 혁신적이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혁신 산업의 ETF 투자가 유망하다"고 신산업과 관련한 상품을 살 것을 조언하는 한편 "ETF 역시 몰빵 투자는 위험하다"며 분산투자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한편, '타이밍'을 보고 주식을 사고 파는 방법에 대해서는 경계하며 "실수할 수밖에 없는 투자"라고 말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직접 주식투자보다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산업군이 모인 'ETF' 상품을 사는 것, 이를 장기적이고 분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네요. 영상을 본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투자자들을 위한 소신있고 솔직한 조언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이 대다수였습니다. 박 회장은 특히 3번째 영상에서 초보 투자자인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은어)를 대상으로 '눈높이식' 조언을 아낌없이 전했는데요. 20대부터 자산관리에 나서 장기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을 강조하기도 하고, 분산투자에 대한 중요성도 한번 더 피력했습니다. 시리즈 영상들 하단에는 "청년층으로서 이번 영상이 많은 도움이 됐다. 책을 읽고 성장하면서 단단한 투자를 하겠다", '타이밍을 보고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야겠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ETF와 관련한 영상에는 "(영상을 보니) ETF는 내가 투자하고 싶은 콘셉트를 꾸러미로,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다", "국내는 미국 ETF시장보다 협소하지만 국내 상품들도 기대한다", "직장인으로서 ETF를 적립식으로 투자하며 노후를 준비해 봐야겠다"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미래에셋대우는 회사 차원에서도 홍보효과를 누렸겠네요.
-박 회장의 첫 번째 동영상이 게재된 지난 14일 이후 스마트머니 채널 구독자 수는 하루 만에 13만2000명에서 15만5000명으로 2만 명 이상 증가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다가가는 좋은 소통 방식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 "냈다 하면 대박"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피규어 대란
-지난주 유통업계에서는 일명 '굿즈 맛집'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스타벅스)의 새로운 기획상품(MD)이 대란을 일으켰죠.
-네. 스타벅스가 독일의 장난감 회사 '플레이모빌'과 협업에 출시한 한정판 피규어(피겨)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지난 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전국 매장에서 '스타벅스 버디 세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버디 세트는 바리스타 페이보릿 음료 6종 중 1종과 스타벅스 스페셜 에디션 플레이모빌 피규어 1종이 포함된 상품입니다. 가격은 1만2000원입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번 굿즈 역시 한정된 수량으로 준비된 탓에 일명 '스벅 덕후(팬)'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스타벅스는 총 8종의 피규어를 한 번에 출시하지 않고 기간 내 매주 목요일마다 새로운 피규어를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1차 판매부터 4차 판매까지 스타벅스를 최소 4번 방문해야만 모든 피규어를 모을 수 있는 셈이죠.
-판매 기간을 나눈 덕에 스타벅스 버디 세트는 1~2차 판매를 거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스타벅스 파트너(직원) 모습을 꼭 빼닮은 피규어 모양도 인기에 한몫했고요.
-역시 '굿즈 맛집'으로 불리는 스타벅스다운 마케팅이네요. 3차 판매 때는 버디 세트를 먼저 사려는 고객 간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3차 판매 날인 지난 2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쇼핑몰에 입점한 스타벅스 매장에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버디 세트를 사려고 줄을 선 고객이 서로 "자신이 먼저다"며 싸우기 시작했고, 싸움이 커지자 결국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번에도 웃돈을 붙어 재판매하는 '되팔이' 논란이 불거졌죠?
-스타벅스 굿즈를 매번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탓에 되팔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번에도 3차 판매상품이 정가 대비 최대 5배 비싼 가격에 올라와 논란이 됐습니다. 22일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따르면 제니 피규어 판매 가격은 최대 6만5000원입니다.
-되팔이 목적으로 피규어를 구매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정작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네요. 스타벅스 역시 이벤트를 흥행시키고도 비난을 받아야 한다니 곤란하겠습니다. 응모 제한이나 지급 수량 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한 듯 보입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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