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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9구역에 홍보관 차린 롯데건설…사업지 사수 안간힘

  • 경제 | 2021-01-22 00:00
롯데건설이 흑석9구역 시공사 지위 유지를 위해 조합원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있는 롯데건설 본사. /더팩트DB
롯데건설이 흑석9구역 시공사 지위 유지를 위해 조합원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있는 롯데건설 본사. /더팩트DB

사업비 무이자 대여·공사비 조건 등 '강조'

[더팩트|이재빈 기자] 롯데건설이 시공사 지위 박탈을 통보받은 흑석9구역 사수를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사업지 내에 홍보관을 마련해 조합원 설득에 나서면서다. 시공사 지위 박탈의 원인 중 하나인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의 적용 여부도 태도를 일부 전향했다.

◆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홍보관 열어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사업지 내에 홍보관을 차렸다. 자신들에게 시공사 지위 박탈을 통보한 흑석9구역 조합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착수한 셈이다. 앞서 흑석9구역은 지난 8월 롯데건설에 시공사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날 찾은 롯데건설 홍보관에는 2명의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조합원 여부를 확인한 후 흑석9구역이 시공사를 교체하면 안 되는 까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의 핵심은 새 시공사를 선정해도 기존에 롯데건설이 제시했던 조건보다 좋은 조건을 받기는 어렵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강조한 점은 사업비 대여 조건이었다. 롯데건설은 2018년 흑석9구역 수주 당시 조합에 무이자 사업비 대여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수주전에서 건설사가 무이자 사업비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보관 관계자는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면 시중금리 수준으로 사업비를 대출해야 한다"며 "대출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사업지 인근에 홍보관을 차리고 조합원 설득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전경. /이재빈 기자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사업지 인근에 홍보관을 차리고 조합원 설득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전경. /이재빈 기자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변동도 조합원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롯데건설은 흑석9구역 수주 당시 공사비 4400여억 원, 3.3㎡당 490만 원의 공사비를 제시하고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면 이보다 높은 공사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합원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롯데건설의 설명이다. 실제 이달 초 시공사를 선정한 인근 흑석11구역의 공사비는 약 4501억 원, 3.3㎡당 54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롯데건설이 제시한 공사비와 비교해 보면 새로 시공사를 선정할 경우 3.3㎡당 50만원 이상의 공사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롯데건설의 설명대로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면 시간과 비용이 추가 소요되는 만큼 기존 시공사와 사업을 계속 추진하자는 의견과 새 시공사를 선정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견의 충돌이다.

흑석9구역 조합원 A씨는 "집행부와 시공사 해임총회 이후 사업이 지연되면서 빠른 사업추진을 위해 롯데건설에게 다시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면서도 "다수의 대형 건설사가 물밑에서 흑석9구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새 시공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아직은 더 크다"고 귀띔했다.

롯데건설이 흑석9구역 인근에 마련한 홍보관 출입구.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 적용 여부가 롯데건설의 시공사 지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빈 기자
롯데건설이 흑석9구역 인근에 마련한 홍보관 출입구.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 적용 여부가 롯데건설의 시공사 지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빈 기자

◆ 변수는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롯데건설 "분양 시점에 협상하자"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의 적용 여부가 롯데건설의 흑석9구역 사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르엘'을 적용하지 못하겠다는 롯데건설의 입장이 시공사 자격 박탈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이제라도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약속할 경우 조합원들을 설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롯데건설이 수주전 당시 제안한 28층, 11개 동 계획안이 인허가 문제로 25층, 16개 동으로 변경되자 조합원들은 '르엘' 적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내규 문제로 인해 '르엘'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르엘' 적용에 대한 롯데건설의 입장이 다소 전향된 것은 변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 문제는 분양 시점에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며 "우선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흑석9구역 조합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조합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조합은 선관위 구성 후 내달 대의원을 충원할 예정이다. 오는 4월에는 새 조합장을 선출해 대표성을 갖춘 집행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임시 집행부가 지난해 8월 롯데건설에 시공사 해지를 통보하자 롯데건설 측은 대표성을 갖추지 않은 임시 집행부의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fueg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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