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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 닻 올렸다지만…보상절차 등 갈 길은 구만리

  • 경제 | 2021-01-18 00:00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2구역 등 8곳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더팩트 DB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2구역 등 8곳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더팩트 DB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아직…집값 추가 상승 가능성도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시내 8개 구역의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이 물꼬를 텄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인센티브 관련 법 개정도 안 돼 있는 데다 보상문제, 공공임대 비율 등 마찰이 예상되는 사안이 수두룩한 탓이다.

◆ 1704가구→4763가구 변신…사업기간 줄여 주택공급 활성화

공공재개발은 서울토지주택공사(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시행사로 참여하는 재개발사업이다.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재개발 사업 기간을 5년으로 줄여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달 15일 발표한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는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 △영등포구 양평14 △동대문구 용두1-6 △동대문구 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 8개 구역이다. 해당 구역들은 기존 1704가구에서 재개발이 끝나면 4763가구로 늘어난다.

이번 후보지 선정은 지난해 9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한 70곳 중 도시재생지역 등 공모대상이 아닌 10곳을 제외한 60곳 가운데 검토·심사가 용이한 기존 정비구역 12곳을 대상으로 했다. 모두 지하철역을 낀 역세권이다. 다만 사업성 부족,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재개발 사업이 평균 10년 이상 정체된 곳들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2020년도 공모에 참여한 신규구역 56곳 중 도시재생지역 등 공모대상지가 아닌 곳을 제외한 47곳에 대해서도 오는 3월 말까지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가 공공주도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기조를 갖추고 있어 후보지역은 이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은 올해 말까지 시행자 지정 등을 최종 확정해 총 4763가구를 공급하게 된다.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은 올해 말까지 시행자 지정 등을 최종 확정해 총 4763가구를 공급하게 된다.

◆ 임대주택 비율‧보상금 문제 여전…집값 상승 우려도

하지만 한켠에서는 이번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선정만으로 주택공급 효과를 판단하기엔 이른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높은 임대주택 비율과 보상금 문제 등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진다면 사업이 좌초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공재개발 사업의 인센티브 내용 등이 담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하는 상태다. 법적 근거를 만들기 전에 사업부터 추진하는 셈이다. 다만 국회에서 여당 비율이 압도적이라는 점, 재개발 활성화와 관련해서 야당에서도 일부 동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법적 근거 마련이 크게 지연될 확률은 낮다.

보상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공공이 참여한다고 해도 재개발은 조합 구성원들 간에 보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토지와 건물 매입가는 토지주의 추가분담금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협의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주택의 절반을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하는 조건으로 인해 조합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7 구역은 공공재개발을 신청했다가 높은 임대주택 비율 요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제도 설계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유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임대소득 비율이 높은 다가구주택·상가 소유자들을 사업 찬성으로 이끌거나 추가 분담금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 소유자들을 수용할 방안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문제 지적도 나온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개혁본부장은 "정부가 이번 공공재개발 사업에서 투기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함께 마련했지만, 법망을 피해 투기수요가 유입될 경우 노후 연립·다세대주택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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