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법 개정 무색…'단체 구성원 이외의 자' 허점
[더팩트|윤정원 기자] 공인중개사법 개정이 무색하게 여전히 부동산 중개업자들 간 불법 담합이 횡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부평구 삼산동 일대에서 잡음이 크게 이는 형국이다.
지난 2019년 초 삼산동에는 17개의 공인중개업체와 이를 아우르는 단체 '미부회'가 존재했다. 당시 이 가운데 'YB(Young Boy)'로 분류되는 3곳만 블로그를 통해 부동산 홍보에 나서자 'OB(Old Boy)' 공인중개사들은 당해 3월경 YB 중개업체들을 상대로 으름장을 놨다. 게재된 온라인 홍보글을 내릴 것을 요구하며, 100만 원을 납부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100만 원을 내면 홍보가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어길 경우에는 공동중개가 금지되기 때문에 YB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홍보 영업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미부회는 공인중개업체들의 광고와 휴무일 등에 대한 엄격한 회칙까지 마련하고 나섰다. 지난 2019년 8월 23일 진행된 미부회 회의에 따라 삼산동 공인중개업체들은 네이버 광고 이외의 모든 광고는 1년 동안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직방', '다방', '호갱노노' 등의 플랫폼 이용은 물론 블로그와 엘리베이터 등을 통한 광고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2019년 8월 31일까지는 기존에 올렸던 모든 광고들을 내린다는 조건이 붙었고, 9월 한 달은 계도기간으로 정해졌다. 10월부터는 광고와 관련 △1회 위반-일주일 공동중개 금지 △2회 위반-1개월 공동중개 금지 △3회 위반-벌금 100만 원이라는 벌칙이 마련됐다.
미부회는 정기휴무(일요일 및 매주 첫째 주·셋째 주 토요일) 위반 시 당사자는 벌금 100만 원을 내야 하며, 신고자에게는 포상금 50만 원을 지급한다는 회칙도 만들었다. 다만 포상금에 관해서는 향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정기휴무 때 계약이나 잔금일이 겹치면 미리 단체 대화방에 내용을 전달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제언도 덧붙었다. 이 과정에서 YB인 A중개업체는 "이곳은 발전이 없는 것 같다"는 토로와 함께 삼산동을 떠났다.
주민 제보에 따르면 미부회에서는 집주인 인증방식을 두고도 말 맞추기에 나섰던 바 있다. 이에 지난해 8월 말 또다른 YB인 B중개업체는 결국 "주민들에게 또 거짓말을 하는 게 되지 않느냐. 미부회의 강제책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부평구청에 부동산 담합에 대한 민원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자 미부회는 부랴부랴 회를 해산하고, 온라인 홍보 영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미부회 소속 중개업자들은 신고한 B중개업체에 회유를 하면서도 뒤로는 B중개업체와의 공동중개를 암묵적으로 막고, 피했다. 결국 B중개업체는 미부회 중개업체들의 태도와 상황에 내몰려 지난해 12월 28일자로 가게 문을 닫았다.
중개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경쟁을 제한하고 영업활동을 막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다. 지난해 2월 21일 시행된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에 따르면 단체를 구성해 특정 중개대상물에 대해 중개를 제한하거나 단체 구성원 이외의 자와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위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해당 법령에는 '단체 구성원 이외의 자'라고 명시돼 있어 미부회에 소속됐던 YB 업체들은 피해를 입고서도 중개사법을 근거로 들기 어려운 상태다.
다만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점은 피해가기 힘들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서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동산중개업 관련한 담합의 예로는 △일요일 영업활동 제한 △비회원 부동산 중개업소 중개 제한 △비회원과의 공동중개 제한 △중개수수료 인하 금지 △부동산 중개 대상 물건 제한 △중개업 관련 광고방법 및 광고매체의 제한 △중개대상물 가격 공시 제한 △회칙에서 정한 벌금성격의 발전기금 제공 등을 들 수 있겠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삼산동 주민은 "삼산동은 위치상으로 안쪽에 자리해 옥외광고나 온라인광고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10년 넘게 이곳에서 일을 한 중개업소 대표님들의 경우 과거의 영업방식만을 고수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시도하는 중개업소에는 벌점을 부여하고 공동중개를 거부는 등 영업에 큰 피해를 줬다. 삼산동은 젊은 중개업자들이 범접할 수 없는 구조다"라며 "미부회 또한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기휴무는 공공연한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부평구청은 지난 9월 삼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신고한 B중개업체를 제외한 삼산동 일대 모든 부동산 중개업체에 6개월 영업정지 사전통지문을 보낸 상태다. 부평구청 관계자는 "8월 29일 신고인이 민원을 넣은 데 따라 검토 후 9월 21일자로 경찰서에 수사를 맡겼다"라고 답변했다. 삼산경찰서는 이에 따라 수사관을 배정하고 조사에 돌입했으나 중개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OB로 일컬어지는 삼산동 소재 C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B업체 등 특정 중개업체를 따돌린 적은 전혀 없었고, 속칭 '가두리'로 일컬어지는 영업 역시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면서 "신고에 따라 경찰조사는 계획된 게 맞다. 조사를 받아보면 알겠지 않나. 더는 할 말이 없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개업체 간 담합의 경우 법만을 잣대로 판단해 해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는 부동산 담합 척결 의지를 공고히 하고 있고, 현행법상으로도 담합은 불법이므로 제도 미비에 따른 문제점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난해부터는 아파트 입주자들의 담합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려서 관리감독이 그쪽에 초점이 맞춰진 측면도 있다. 게다가 지역내 중개업체 간 담합은 내부 규칙이라 법만을 근거로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조사에 들어가도 제재는 어려운 경우가 있고, 검찰 기소가 돼야 해결되는 게 상당수"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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