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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비즈토크] '눈물의 최후진술' 이재용, 왜 절실했나

  • 경제 | 2021-01-03 00: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변화의 의지를 밝혔다. /남용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변화의 의지를 밝혔다. /남용희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눈 앞에서 날아간 '5억 로또'…DMC파인시티 청약, 당첨되고도 놓친 사연

[더팩트|정리=이민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점철된 2020년이 가고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주 경제계 역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는데요.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이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보이며 "'삼성 총수'로서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하림 익산공장에서 근무한 직원이 의문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끄러웠습니다. 단 한 가구만 모집하는 DMC파인시티 잔여 세대 청약에 무려 30만 명이 몰려 이슈몰이를 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코스피의 '화려한 피날레'가 이목을 끌었습니다. 지난해 '동학개미'를 등에 업고 날았던 코스피가 마지막 거래일까지 상승 랠리를 지속했기 때문이죠. 기사에는 담기지 않은 한 주간의 경제계 뒷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볼까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되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되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눈물 보인 이재용…재계 "삼성 변화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30일이었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이 열렸는데요. 이날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에 삼성은 물론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이미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다고요.

-오는 18일 선고를 앞두고 사실상 최종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결심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표정은 법원에 들어설 때부터 여느 때와 조금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짙은 곤색 정장에 회색 넥타이 등 그간 재판정에 출석했을 때와 옷차림은 같았지만, 표정에는 슬픔과 수심이 가득 담겨 있는 듯 보였습니다. 평소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 스타일도 이날 만큼은 바람에 흩날렸는데요.

-겉으로 보이는 표정만큼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무거운 심정은 재판 말미 최후진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 부회장은 20여 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삼성에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부터 삼성 총수가 되기까지 스스로 느낀 감정을 차분하게 풀어나갔습니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에 관해 언급할 때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삼성을 비롯한 재계 반응은 어땠나요?

-재판 자체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말을 아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눈물'을 지켜본 삼성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반응은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창업주 이병철) 손자이자 (선친 이건희) 아들로서 느낀 두려움, 근심을 털어놓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온 리더의 참회 섞인 눈물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삼성으로서도 비통한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최후 진술 내용도 눈길을 끄는데요.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나요?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보다 그의 발언 내용이 더 의미가 큽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발표 당시 '4세 경영 포기'라는 파격적인 공언을 한 바 있죠. 이날도 이 부회장은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다"라며 다시 한번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준법경영, 무노조 경영 포기, 사회와 소통 등 '삼성 총수'로서 한 약속을 지켜내겠다며 거듭 강조했는데요. 재계에서는 '이미 삼성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이후 51년간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깨고 삼성전자 노사가 단체협약을 위한 첫 교섭에 나선 것을 비롯해 안팎으로 변화가 진행 중인데요.

-재계 관계자들은 반백 년 가까이 관습처럼 이어져 온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바꾸는 것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본인이 다짐해온 일들을 실제로 이룩할 수 있는 기회를 절실하게 갖게되기를 희망한 것이죠. 특히, 삼성의 경우 그간 경제계에서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던 만큼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축할 준법경영 시스템이 다른 기업들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준법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 갖춘 회사'를 만들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다짐이 앞으로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하림 익산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 A 씨가 동료 직원 천모 씨가 지난해 7월 의문사를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림 제공
하림 익산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 A 씨가 동료 직원 천모 씨가 지난해 7월 의문사를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림 제공

◆ 하림 직원 과로사 의혹에 국민청원까지…하림 부인에 갈등 증폭되나

-유통업계에서는 하림 익산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 A 씨가 '동료 직원 천모 씨가 지난해 7월 의문사를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되나요?

-A 씨는 지난해 2월 하림 익산공장에 입사해 가공육 배합 업무를 맡아온 천 씨가 업무 과다로 인해 과로사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월 말부터 천 씨에 할당된 작업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고, 배합하는 방식이 더 복잡하게 바뀌면서 천 씨가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밝혔습니다.

-천 씨가 담당했던 업무는 케이지카타 공정이라고 하죠? 기계를 사용해 이루어지는 업무인데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인가요?

-케이지카타 진공기계가 노후화로 인해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회사 측에서 수리 요청을 받아들여 주지 않아, 작업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천 씨가 사망하기 직전에는 케이지카타 기계가 고장이 나면서 성인 남성 3명이 달라붙어서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하고요.

-급기야 천 씨가 사망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해 6월 중순께에는 회사에 병가를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합니다. 이에 A 씨가 회사 측에 천 씨의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지켜보자 말만 할 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결국 천 씨는 지난해 7월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 사망했습니다.

-당시 의사는 음식물에 의한 기도 막힘으로 사망 원인에 대해 밝혔지만 A 씨는 업무 과다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의 입장은 어떤가요? A 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청원 글까지 올린 만큼, 회사 측에서도 대처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하림 측에서는 A 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었으면 경찰에 수사 요청을 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인데요. 청원 글이 올라온 후 내부적으로 상황 파악을 한 결과 업무 과중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설비 고장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진공이 약해서 누르는 작업이 이뤄진 것이며, 이후 약간의 수리 과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 논란이 더욱 길어질 것 같은데요. 어떠한 추가 주장이 나오는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115-5번지에 들어서는 'DMC파인시티자이' 잔여 세대는 30대 여성 손 모 씨에게 돌아갔다. /윤정원 기자
서울 은평구 수색동 115-5번지에 들어서는 'DMC파인시티자이' 잔여 세대는 30대 여성 손 모 씨에게 돌아갔다. /윤정원 기자

◆ '줍줍'도 최소 2억은 있어야…30만 명 뚫었지만 날아간 '5억 로또'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은평구 수색6구역을 재개발하는 'DMC파인시티자이'가 화제를 모은 한 주였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진행된 DMC파인시티자이 잔여 세대 무순위 청약에는 1가구 모집에 무려 29만8000여 명이 몰렸습니다. 지난해 8월 DMC파인시티자이는 조합원 물량을 포함한 총 1223가구가 공급을 모두 마쳤지만 잔여 세대가 나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추가 청약을 받았습니다.

-이 잔여 세대 무순위 청약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요. 왜 그렇게 인기가 좋나요?

-잔여 세대 청약은 별도의 자격 요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을 넣을 수 있죠. 게다가 주변 단지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공급됩니다. 발코니 확장 비용을 포함한 DMC파인시티 전용면적 59㎡의 가격은 5억2643만 원으로 나왔는데요. 인근 'DMC롯데캐슬더퍼스트(1192가구)' 전용면적 59㎡의 분양권이 지난해 11월 10억5000만 원에 매매됐으니, 시세 차이는 5억 원 정도가 되겠네요.

-사면 바로 5억 원 이득이라니, 사람들이 몰릴 만도 하네요. 5억 원 로또 당첨자는 20대 여성이었다면서요?

-맞습니다. 당첨자 김 모 씨는 1991년생으로 청약 당첨 당시 만 29세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 씨는 로또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30만 명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는데 어째서죠?

-김 씨는 이튿날인 30일 오후 3시까지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용면적 59㎡의 계약금은 분양가의 20%인 1억528만 원인데, 이를 마련하지 못한 거죠. 신용대출 요건이 한층 강화된 탓에 청약 당첨되고 반나절 만에 1억 원 넘는 돈을 구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더군다나 20대인데요.

-애당초 운용할 수 있는 현금이 당장 1억 원은 있어야 로또 자격도 생기는군요.

-오는 12일에는 당장 중도금 5130만 원도 내야 하니 못 해도 기본 2억 원은 있어야 청약 당첨 자격이 주어질 듯하네요.

-로또 행운은 그럼 예비 1순위에게 돌아갔겠군요?

-그렇습니다. 예비 1순위는 30대 여성 손 모 씨로, 당첨 연락을 받은 직후 계약금을 입금했다고 합니다.

-현금 조달력이 부럽네요. 최근 연 수입이 3분위에 속하는 중위 소득 계층이 주택가격 3분위 수준인 서울 집을 사려면 15.6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모두 모아야 한다는 통계를 봤는데요. 로또도 어려워 보이고, 이번 생애 내 집 마련은 포기해야지 싶네요.

코스피는 사상 최고가로 2020년을 마무리했다. 2020년 증시 폐장일인 12월 3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8% 오른 2873.47에 거래를 마쳤다. /더팩트 DB
코스피는 사상 최고가로 2020년을 마무리했다. 2020년 증시 폐장일인 12월 3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8% 오른 2873.47에 거래를 마쳤다. /더팩트 DB

◆ 지난해 31% 오르며 화려한 피날레 장식한 코스피…다양한 기록도 쏟아내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2020년 국내증시가 화려하게 마무리됐죠.

-네, 코스피는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마지막 거래일까지 상승 랠리를 지속하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많이 뛰어오른 만큼 다양한 기록도 세웠다는데요.

-그렇습니다. 2020년 증시 폐장일인 12월 30일 코스피는 2873.47에 마감했는데요. 이는 2197.67로 마감한 2019년 말보다 30.8% 상승한 수준입니다. G20 국가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동학개미'의 힘이 가장 컸던 것 같은데요.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올해 47조5000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죠.

-어떤 종목을 가장 많이 샀나요?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매수했습니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9조5952억 원에 달합니다. 이어 현대차(2조5900억 원), 네이버(2조525억 원)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보다 5조7000억 원 증가한 8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전체 거래 중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66%로 지난해보다 18.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거래가 활발해진 만큼 유가증권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요.

-네, 2020년 유가증권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거래대금 증가율은 115.2%로 G20 국가 중 터키(168.2%), 사우디아라비아(145.1%)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연초 2936만 개였던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올해 말 3548만 개로 612만 개(20.7%) 증가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이 없었다면 이런 기록도 세울 수 없었던 것 같네요. 2021년은 신축년 소의 해입니다. 증시에서 강세장을 황소에 빗대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하는데, 올 한 해도 황소처럼 치고 올라가는 불 마켓을 기대해 봅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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