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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10억짜리 원룸이 웬 말"…투기처로 변하는 '도시형생활주택'

  • 경제 | 2020-12-18 15:14
서울 광진구 광장동 소재 구 한강관광호텔 입구 모습. 한강관광호텔은 지난해 6월 30일 자로 문을 닫았다. /윤정원 기자
서울 광진구 광장동 소재 구 한강관광호텔 입구 모습. 한강관광호텔은 지난해 6월 30일 자로 문을 닫았다. /윤정원 기자

서울 광진구 광장동 한강변 생활주택 개발 두고 잡음…"서민 주거안정 취지 무색"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광진구 광장동 한강변 일대에 '최고급'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이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인다.

부동산 디벨로퍼 엠디엠(MDM)은 지난해 5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옛 한강관광호텔 부지를 1850억 원에 매입했다. 엠디엠은 광장동 일대에 연면적 4만8309.41㎡, 지하 3층~지상 15층, 3개 동으로 구성된 도시형생활주택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도시형생활주택은 원룸형으로, 전용면적 49㎡로 지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부지 매입 당시 엠디엠 관계자는 "경치와 주변 인프라가 우수한 만큼 입지를 잘 살려 더 펜트하우스 청담처럼 최고급 주택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이동준 엠디엠플러스 부사장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진구의 한강변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 최고급 소형 특화 공동주택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광진구청이 의견 수렴도 거치치 않고 건축심의를 통과시킨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광나루 현대아파트 /윤정원 기자
광진구청이 의견 수렴도 거치치 않고 건축심의를 통과시킨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광나루 현대아파트 /윤정원 기자

◆ 주민들 "기초조사 왜 안 하냐" 비판…광진구청 "조사 의무 없어"

하지만 사업지 인근 주민들은 불만 일색이다. 광진구청이 기초조사, 환경성평가, 토지적성평가, 교통영향평가 등 실질적 조사도 이행하지 않은 채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는 토로다. 앞서 지역주민들은 신축건물에 의해 일조 조망권이 가려질 뿐만 아니라 해당 부지 앞 강변도로가 비좁아 교통문제가 심하게 빚어질 것으로 우려, 수차례 광진구청과 엠디엠 측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지난 9월 10일 건축심의는 통과된 상태다.

사업지 바로 옆 광나루 현대아파트의 입주민 김 모 씨는 "구청 측에서는 현장 실사도 행하지 않았으며, 중대한 생활안정권을 침해받는 이해당사자를 상대로 한 설명회조차 없이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며 "민원이 쇄도하니 광진구청에서 절차상 하자의 위법성을 모면하기 위해 해당지역을 도시관리계획 구역으로 지정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1월 4일부로 광진구는 집단민원이 예상되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허가 전 건축계획을 사전에 예고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실시했다. 사전예고 대상은 △지하 3층 이상으로 12m 이상 토지 굴착공사 △사행시설인 TV경륜장·경마장·경정장 △정신병원·격리병원 △분뇨·쓰레기처리시설 △교정·군사시설 △묘지관련시설 등으로 정해졌다.

다만, 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경우와 서울시 건축허가 대상인 경우는 사전예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주민들은 광진구청이 11월 19일 돌연 해당지역을 도시관리계획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기초조사 등을 생략할 수 있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 21조 면제규정을 편법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범해온 절차상 하자를 눈가림하기 위한 수법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광진구청 건축과 건축계획팀 관계자는 "심의 절차 관련해 진행된 부분은 우리 쪽에서는 모른다. 일단 심의는 다 끝나 있는 상태다. 사업승인계획이 접수돼서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에 있다. 나머지 내용은 홍보팀과 대화하시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광진구청 홍보팀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연면적 5만㎡ 이상이어야 하고, 환경영향평가도 연면적 30㎡ 이상에 해당해야 하는 등 해당 사업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사전예고제는 건축 '허가'에 관해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 역시도 대상이 아니다. 주택법 제19조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의제처리하게 돼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MDM 측은 개발 사업 과정에서 잡음이 이는 것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반응이다. MDM 관계자는 "조망권 등에 대한 인근 입주민들의 심정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저희 측에서는 건축 인허가 상에서 허용되는 부분이기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설계담당이 주민분들을 만나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아직 개발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지역 주민들은
지역 주민들은 "10억 원 넘는 원룸형 주택이 정녕 서민을 위한 도시생활형주택이 맞느냐"며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광나루 현대 아파트 단지 앞에 걸린 현수막. /윤정원 기자

◆ 서민형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심의 통과…실상은 '10억 원' 짜리 고가주택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다 치더라도 서민을 위한 도시형생활주택이 투기처로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난 2009년 5월 4일부터 시행된 주거 형태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각종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등의 설치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하고 있다. 세대수는 300세대 미만, 전용면적은 85㎡ 이하여야 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크게 단지형 연립주택, 단지형 다세대주택, 원룸형 주택 등 3가지로 나뉜다. 단지형 연립주택은 1개 동 바닥면적 660㎡ 초과, 5층 이하를 일컫고, 단지형 다세대주택은 1개 동 바닥면적 660㎡ 이하, 5층 이하다. 반면 전용면적 50㎡ 이하인 원룸형 주택은 바닥면적과 층수 제한이 없다. 욕실 및 보일러실을 제외한 공간이 하나의 공간에 포함돼야 하지만 전용면적 30㎡ 이상에서는 두 개의 공간 구분이 가능하다. 방과 거실로 구별되는 개념으로, 1개의 방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2Bay(전면 발코니 기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이 두 곳이라는 뜻) 구조라고 보면 된다.

인근 주민들은 도시형생활주택 건설 계획으로 건축 심의는 받았지만 계획된 건축물은 허울만 서민형 도시형생활주택이지, 실상은 고급주택에 버금간다며 비판하고 있다. 광나루 현대아파트 단지 일대에는 "생활주택 허가받고 10억 원 넘는 원룸 짓냐", "재산권과 행복권이 돈벌이만 못하더냐", "10억 원 넘는 원룸형이 서민 위한 주택이냐", "광진구청 구청장은 MDM의 대행사냐", "부정부패 아니라면 건축심의 다시 하라", "MDM엔 혜택 주고 지역구민 죽일 거냐" 등이 적힌 현수막들도 걸려 있다.

사업지 옆 G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한강호텔쪽은 거진 다 30~40년 된 구축 빌라들이다. 이 근처에는 전용면적 49㎡도 잘 없는 데다 중앙값이 매년 올라 평균값을 매기기도 어렵다. 비슷한 면적의 한강 조망권 없는 한강호텔 뒤쪽 구축 빌라가 예전에 3~4억 원 정도였다"며 "그야말로 한강변에 알짜 땅이다. 한강호텔 자리에 다시 주택을 지으면 값은 부르기 나름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IB업계 관계자는 "아차산과 한강에 인접한 해당 지역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려 왔다. 입지가 좋고 지역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 급등 추세를 보이고 있어 개발사업에 따른 수익성이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룸형은 분양가 상한제도 피하고 다주택자 상관없이 매매가 가능하다. 도시형생활주택이 한강변 입지를 내세워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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