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당국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규제 총력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연말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연말까지 1억 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은행도 나왔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생활고와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을 통한 대출 수요 급증에 따라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대출 죄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이날부터 가계 대출을 조이는 정책을 시행하거나 예고하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은 연말까지 은행에서 억대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 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한다.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이 기존 신용대출과 더해 1억 원을 넘으면 대출 승인이 나오지 않는 형태다. 또 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금리 등 이유로 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로 대환하는 이른바 '대출 갈아타기'도 연말까지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이 일환으로 이미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의 모집을 연말까지 중단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가계여신의 한도(총량)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 원 가량 낮추는 정책을 14일부터 시행한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가 각 특정 직군별 상품에 따라 2억5000만 원에서 3억 원이었으나 최대 한도를 2억 원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또 전문직 외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제한 방침도 조만간 내놓을 전망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하나은행 역시 전문직의 대출한도를 더욱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처럼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억제가 가능하지만, 신용대출을 활용한 긴급자금 마련이 필요한 서민이나 자영업자 등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한 신용대출 규제에 따른 소액대출 급증세도 우려되고 있다. 최근 2030세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액대출이 늘어나고 있고 소액대출 역시 비대면 대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을 넘어 제2금융권에 대출 수요가 몰려 오히려 가계 빚이 늘어날 수도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도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우대금리 축소 등을 시행해 왔으나 가계 대출을 더욱 죄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례 없는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며 "이외에도 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사상 최대 폭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은 잇따른 대출 규제와 금융권의 자율적 대출 총량 관리 등에 영향으로 증가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133조5689억 원으로, 지난달 말(133조6925억 원)보다 1235억 원(0.09%) 감소한 상태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470조4238억 원에서 469조9292억 원으로 4946억 원(0.1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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