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여파에 보험 등 항공업계 초강수…은행은 단축 영업까지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이번 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900명을 넘어섰습니다. 12일 0시 기준 확진자는 950명에 달했습니다. 국민들은 1000명 돌파가 목전이라며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의 경우 무착륙 관광 비행 외에도 다양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한창입니다. 코로나19로 시중은행 점포의 영업시간이 1시간 단축된 것과 관련해서도 말이 많더군요.
-전자업계에서는 1억7000만 원 상당의 마이크로 LED TV가 등장해 이목을 끈 한 주였습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제대로 과시했더라고요. 부동산이 전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 잡은 가운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변 후보자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정책 실패를 답습하며 부동산 시장을 더욱 큰 혼란에 빠뜨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상당합니다.
◆ '영끌'에 '블랙리스트'까지…변창흠 후보자 청문회 전부터 '삐그덕'
-앞서 언급하셨듯 지난주에는 김현미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변창흠 장관 후보자의 자질 논란으로 여론이 뜨거웠죠. 변창흠 후보자가 어떤 인물이길래 이리 소란스럽나요?
-대구 능인고-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변 후보자는 서울대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을 거쳐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요. 최연소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지냈으며,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사장으로 있다 최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습니다.
-SH 사장, LH 사장에 이어 국토부 장관이라니.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군요. 발자취로 봤을 때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아닙니다. 변 후보자는 '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인 말인 '영끌' 대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태입니다. 변 후보자는 지난 2006년 6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현대오페라하우스'를 5억2300만 원에 매입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당시 LG카드(현 신한카드)가 설정한 채권최고액은 3억6000만 원입니다. 통상 채권최고액을 실제 대출액에서 20~30% 높여 잡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 후보자가 실제 빌린 자금은 매입자금의 57% 수준인 3억 원가량이 됩니다.
-따져 보니 카드사 대출은 아니었습니다. 변 후보자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활용한 것이더군요. 당시 보금자리론은 카드사를 포함한 각 금융사가 판매했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이상한 걸요.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은 서민을 위한 대출인데 어떻게 변 후보자가 대출을 받았나요? 변 후보자가 세종대 조교수로 근무하던 때라면서요.
-2006년에는 지금과 달리 보금자리론 소득기준이 없었다는 게 주택금융공사의 설명입니다. 이후 변 후보자는 주금공 보금자리론을 상환하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KEB하나은행이 설정한 채권최고액은 1억8000만 원으로 실제 대출액은 약 1억5000만 원이 되겠네요.
-금융권 대출이 총출동했군요. 영끌 외에 '블랙리스트' 논란도 있다던데 그건 어떤 내용인가요?
-변 후보자는 SH 사장 재임 당시 직원들의 정치 성향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간부급 직원들을 평가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LH 사장으로 있으면서 지인이 대표로 있는 단체에 일감을 주고 기부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이밖에 변 후보자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데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옹호한 점, 전세난을 촉발한 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지난 2018년 '6년(2+2+2 혹은 3+3년) 계약'을 주장한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규제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오죽하면 '구관이 명관'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변 후보자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LH 임대주택을 함께 둘러보고 임대주택 정책을 주문받고 있던데요. 국토부 장관 임명은 기정사실화했지만 오는 23일 열릴 인사청문회는 상당히 소란스러울 것 같군요.
◆ 벼랑 끝 항공업계, 생존 위한 '극한 마케팅' 치열…"뭐라도 해야"
-이번엔 항공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단적 수요 위축에 직면한 항공사들이 생존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여행 중 코로나에 걸리면 2억 원까지 보장 조건을 내건 '간 큰 항공사'가 나왔다던데 사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홍콩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항공이 그 주인공인데요. 캐세이퍼시픽항공은 홍콩 AXA 보험과 협약을 맺고 캐세이퍼시픽을 탑승하는 모든 승객에게 '무료 코로나19 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 말까지 캐세이를 이용하고 해외를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의료비와 격리 비용을 최대 2억 원까지 모두 지원한다는 게 핵심인데요. 심지어 캐세이퍼시픽 직항 노선 외에도 코드 셰어 및 국제선 제휴 항공사 운항 여부와 관계없이 캐세이퍼시픽에서 발행한 항공권을 소지하고 있는 승객이라면 누구나 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이죠.
-외항사들이 코로나 대란에 다양한 보험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는데 그중 하나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베트남 비엣젯 항공사는 지난 3월,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은 지난 8월 코로나 보험을 모든 승객에게 제공했습니다. 지난 7월 에미레이트항공은 장례식 비용까지 보장하는 파격 마케팅을 펼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국적사들의 마케팅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내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전에 없던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있다죠?
-네.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유일한 동아줄'이 된 국내선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데요. 대다수 항공사가 출시를 앞두고 있는 무착륙 관광비행 외에도 이색 상품들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먼저 선물용 항공권이 처음으로 나왔는데요. 제주항공은 탑승인원 및 날짜의 제약을 받지 않아 유효기간 동안 누구든 원하는 날짜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프티켓'을 출시했습니다. 기프티켓은 구매 후 최대 5년까지 등록기간 연장이 가능해 당장은 아니어도 추후 여행 계획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상품입니다.
-국내 항공사 중 최초, 단체 우대 프로그램도 나왔는데요. 에어부산은 10인 이상의 사적 단체모임을 대상으로 한 '단체 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에어부산은 15인 이상의 단체엔 항공편을 이용할 때마다 최대 5매의 무료항공권을 제공하며, 향후 1년간 누적 이용실적에 따라 추가 무료항공권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고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기내식 상품도 나왔습니다. 진에어는 최근 기내식을 콘셉트로 한 냉장 가정간편식 상품 '지니키친 더리얼'을 출시했습니다. 이 또한 국내 항공사 중 최초죠. 메인 요리는 물론 식전빵부터 디저트까지 국제선 기내식과 동일하게 정찬으로 구성됐다고 하네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상품들이 많이 나왔네요. 항공업계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항공사들은 이색 마케팅으로라도 끊긴 여객 수요를 만회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업계 한 관계자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자구안 마련에 대한 색다른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더라고요.
-국내선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요.
-네. 아무래도 국내선 시장은 영토가 넓거나 길게 뻗은 인접 국가와 달리 수요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수익성보단 고정비 충당을 위해서라도 국내선 운항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런 업태가 언제까지 갈지는 의문"이라는 시선을 던졌습니다.
-항공업계의 보릿고개가 계속되는 가운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수요가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LG전자 이어 삼성전자도…'억대 TV' 앞세우는 이유는?
-전자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지난 한 주 큰 주목을 받았던 신제품이 있었는데요. 삼성전자가 만든 마이크로 LED TV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10일 온라인 공개 행사를 개최하고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는데요. 삼성전자가 2018년 상업용 마이크로 LED TV '더 월'을 출시해 기업 간 거래(B2B) 방식으로 판매해왔지만,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제품은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특히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을 놓고 이야기가 많던데요.
-맞습니다. 마이크로 LED TV 신제품 가격은 무려 1억7000만 원인데요. 고급 수입차 한 대 값보다 비싼 가격이죠. 앞서 LG전자도 지난 10월 1억 원에 달하는 세계 최초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을 출시한 바 있는데요. '억대 TV'가 앞으로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으로 보입니다.
-높은 가격이 책정된 건 그만큼 혁신적인 제품이기 때문이겠죠?
-돌돌 말리는 롤러블 TV도 그렇고, 이번에 삼성전자가 공개한 마이크로 LED TV도 새로운 시장을 여는 제품인데요.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를 이용해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같은 구조를 없애고 LED 자체가 스스로 빛과 색을 내는 자발광 TV입니다. 신제품은 약 3.3㎡ 정도 크기 마이크로 LED 소자가 800만 개 이상 사용돼 4K급 해상도를 갖췄는데요. 800만 개가 넘는 각각의 RGB(레드·그린·블루) 소자가 따로 제어되기 때문에 화면의 밝기와 색상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을 찾아 마이크로 LED TV를 경험해봤는데요. '화질의 끝판왕'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삼성전자의 말처럼 뛰어난 화질을 자랑했습니다. 화면이 실제와 거의 유사하다고 느낄 정도로 디테일이 강점인 제품으로 보였죠.
-아무리 좋더라도 1억7000만 원짜리 TV를 구매하는 고객이 많지 않을 텐데요.
-삼성전자는 VVIP를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마이크로 LED TV의 가치를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좋은 제품은 찾는 고객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신제품 가격에 대해서는 "신기술이 적용된 첫 상용 제품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설명했죠.
-사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판매량'만 늘리려는 목적으로 '억대 제품'을 선보인 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요. 업계에서는 '기술력 과시,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선보이며 업계를 리딩하는 '시장 주도권'만 유지해도 나쁠 게 없다는 설명인데요. 쉽게 말해 '이러한 TV는 자신들밖에 못 만든다'라는 이미지를 시장에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TV 시장에서는 판매 경쟁뿐만 아니라 이미지 경쟁이 중요한데요. 시장성은 다양한 사이즈·가격대의 마이크로 LED TV, 롤러블 TV가 출시되며 판매 경쟁이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코로나19 대유행' 은행 영업점 1시간 단축에 엇갈린 반응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지난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수도권 지역의 시중은행 점포의 영업시간이 1시간 단축됐죠.
-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노사 간 합의를 거쳐 지난 8일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시중은행 점포 영업시간을 앞뒤로 30분씩 줄려 단축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지역 은행들은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3시 30분에 문을 닫습니다. 기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풀리는 28일까지로, 거리두기 기간이 연장되거나 강화될 경우 그 기간까지 연장 실시될 예정입니다.
-연일 600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이 나온 것이군요. 그런데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고요.
-네, 온라인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을 보니 "은행이나 대중교통은 영업·운행 시간을 단축해도 이용객의 수는 거의 그대로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이 더 붐비는 역효과만 난다", "한 시간 일찍 닫으면 뭐가 도움 되는 거지? 오히려 더 집중적으로 모일 거 같은데" 등의 지적이 잇달았습니다. 이용하는 고객 수는 그대로인데 영업시간만 단축하면 오히려 밀집도가 높아져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반면 최선의 선택이라는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네티즌 gose****은 "은행직원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원들 출퇴근 시간은 동일하다. 재택근무를 할 수도 없으니 은행 차원에선 최선의 선택이 1시간 단축 영업일 듯"이라고 했습니다. 네티즌 wlgu****도 "지점 내 직원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지점 문을 아예 닫는다"며 "고객들이 더욱 불편하게 될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실제 은행 영업점 반응은 어땠나요?
-고객들이 겪을 불편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8일 이후 이틀간 단축영업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민원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민원이나 보고된 특이사항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지난 9월 단축 영업 시행 때도 민원은 없었다. 내방고객은 줄어드는 추세였다.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은행권에서는 '비대면·디지털화' 추세를 반영한 금융 혁신 실험이 되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최근 비대면·디지털화로 인해 내방고객이 많지 않아 민원이 없었던 것 같네요. 아무쪼록 코로나19 확산세는 잠잠해지길 염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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