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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백화점업계, VIP 전략 손보기…'20대 큰손' 정조준
백화점업계가 VIP 진입을 낮추고 혜택은 늘리면서 2030 VIP 모시기에 전념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명품관 모습. /한예주 기자
백화점업계가 VIP 진입을 낮추고 혜택은 늘리면서 2030 VIP 모시기에 전념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명품관 모습. /한예주 기자

백화점, VIP 진입장벽 낮추고 혜택 늘리고…핀셋마케팅 집중

[더팩트|한예주 기자] "일반 고객 5명보다 VIP 고객 1명 유치하는 게 더 낫다."

백화점업계 마케팅에서 불문율로 여겨지는 VIP 대응 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패턴의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갑이 천천히 닫히는 '큰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백화점들은 2030 VIP를 잡기 위해 VIP 등급 진입을 위한 최소 구매 금액을 낮추고, 할인·서비스 혜택은 대폭 늘리면서 잠재고객층을 확대하는 중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030세대가 백화점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실제 현대백화점 전체 VIP 가운데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7년 15%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1%로 올라섰다. 현대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7년에 각각 4.8%와 17.4%였지만 올해(1~11월) 7.8%와 21.4%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2030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백화점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VIP 마케팅이 진행돼 왔으나, 전용 멤버십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2월부터 30대 이하 고객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 '클럽 YP'를 운영할 예정이다. 클럽 YP는 1983년생 이하 고객 중 직전년 현대백화점카드로 2000만 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을 선별해 내년 1월 자체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또한 구매 실적이 없어도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이나 기부 우수자, 봉사활동 우수자 등 내부 심사를 거쳐 클럽 YP로 선정된다.

클럽 YP에게는 정상 상품 구입 시 5% 할인과 전 점포 3시간 무료 주차, 기념일 선물 등 기존 VIP 멤버십의 혜택 외에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을 제외한 전국 13개 점포에 평일 방문할 경우 발렛파킹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말이나 공휴일에 이용 가능한 발렛파킹 쿠폰(12개)도 증정한다. 2030 고객만을 위한 명품 브랜드 구매 혜택도 별도로 제공된다.

양명성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은 "기존 VIP 멤버십 프로그램으로는 늘어나는 2030 VIP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국내 '영 앤 리치'(젊은 부자)를 대표하는 멤버십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은 2030세대를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업계에서는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은 2030세대를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다른 백화점 역시 미래의 큰손이 될 2030세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VIP 제도(MVG)는 기존 4등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가장 낮은 에이스 등급을 받으려면 연 2000만 원 정도를 써야 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MVG 밑에 연간 수백만 원을 쓰면 진입할 수 있는 VIP 제도를 만들고 지난해 전 점포에 이들을 위한 바를 만들었다. VIP 고객은 백화점을 찾을 때마다 VIP 바에서 무료 음료를 받을 수 있고, 쇼핑할 때 상시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연간 구매 금액이 800만 원 이상 돼야 VIP 등급을 받을 수 있던 기존 시스템에 더해 1년 동안 400만 원 이상을 쓰면 VIP(레드 등급) 대우를 해 주도록 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레드 등급 VIP 고객의 65%가 20~30대 고객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광교점 오픈과 동시에 12층에 국내 최대 VIP 라운지를 신설했다. 백화점업계에서 통상 연간 수천만 원을 써야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지만, 갤러리아 광교점에선 연간 500만 원 이상 구매할 경우, VIP 휴게 공간인 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30대들은 가격보다는 가치를 따져 소비하는 '가치소비'나 '플렉스'에 초점을 두고 고급 브랜드를 소비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은 이들을 사로잡는 것이 백화점들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백화점에겐 VIP 유치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됐다.

2018년 신세계백화점에서 VIP로 선정된 고객은 2%였지만, 이들이 발생시킨 매출은 전체의 33%였다. 다른 곳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은 2015년 22%, 2016년 22.8%, 2017년 2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VIP 매출 비중인 2017년 38%에서 2018년 39%, 2019년 1분기 40%로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매출 비중도 매년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공세와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에서 믿을 건 VIP뿐"이라며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VIP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이들 유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일단 VIP로 만들면 이후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온라인이나 다른 업체에선 만날 수 없는 고품질의 제품을 계속해 선보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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