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개정 법안 상정 유보 요청…"기업들 의견 조금 더 반영해달라"
[더팩트|윤정원 기자] 재벌 대주주의 견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경제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모두 통과하면서 재계 안팎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경제 3법 중 하나인 상법, 이른바 '3%룰'은 일부 완화돼 8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3%룰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 경우 최대주주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3%룰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더해 3%를 인정하기로 했지만 재계 반발을 우려, 감사위원 선출해 한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각각 3%씩 인정하도록 했다.
8일 자정을 넘긴 9일 오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국회 정무위를 넘어섰다. 다만 앞서 폐지하기로 했던 전속고발권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무분별한 고발을 우려한 재계 입장을 반영해 유지하는 쪽으로 최종 의결됐다. 공정경제 사건은 앞으로도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고, 시민단체나 기업은 관련 사안을 고소·고발할 수 없다.
아울러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로 이름을 바꾸면서 규제를 받는 기업 범위를 좁혔다. 제정안은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 5조 원이 넘는 삼성·현대차·한화·교보·미래에셋·DB 등 6대 복합금융회사들을 규제하는 게 골자다.
재계의 법안 수정 요청이 일부 반영됐지만 여전히 경제단체들은 허탈해하면서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기습적으로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상임위에서 재심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의결권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내부거래 규제 대상 확대,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등이 기업 경영체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내 기업이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투기 자본이 선임한 감사위원에 의해 영업 기밀과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계열사 간 정상적인 거래가 위축돼 경쟁력이 약화되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용만 회장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감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개정 법안 상정을 유보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조금 더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회 효율성을 높이는 문제와 이사회 이사 진출 문제는 분리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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