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도곡동 '삼익 아파트' 매물로…"120만 원 월세 끼고 있어 매매 성사 쉽지 않을 듯"
[더팩트|윤정원 기자]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은 '집'보다 '직(職)'을 택했다. 청와대 다주택 참모로 비판을 받았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조되는 행보다. 하지만 이용구 차관이 현재 시장에 내놓은 아파트 매물은 월세를 끼고 있어 근시일 내에 거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용구 차관은 경기도 용인 태생으로 서울 대원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고시 33회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23기다.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 차관은 판사 시절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핵심 멤버였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사법개혁 업무를 맡은 바 있으며, 현 정부 들어선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검찰개혁 실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고기영 전 차관이 사표를 제출하자마자 곧바로 빈자리를 메꾸게 된 이 차관을 둘러싸고 온갖 잡음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 전 차관 사표 제출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이용구 차관을 내정하면서 '졸속 검증'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이 차관의 '부동산'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와 외교부 등 고위 공직자 인사에서 다주택자는 원칙적으로 배제했다. 작년 12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도권에 두 채 이상 집이 있는 참모들은 6개월 안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7월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용구 차관의 경우 값비싸기로 소문난 강남 소재 아파트를 두 곳이나 소유 중이다. 관보에 따르면 이 차관은 법무실장이던 지난 3월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본인 명의의 서울 서초구 소재 '서초 래미안 아파트(126.31㎡)'와 배우자 명의의 강남구 도곡동 '삼익 아파트(104.01㎡)'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초 래미안 아파트가 11억6000만 원, 삼익 아파트가 8억4800만 원이라고 각각 신고했다. 실제 현시세로 따지면 래미안 아파트는 25억 원, 삼익 아파트가 17억 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용구 차관이 이 중 한 채에 대해 매각 의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내정이 발표된 2일 이 차관은 두 아파트 가운데 도곡동 삼익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아파트 매도 희망가는 16억9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는 오는 2022년 상반기까지 월세가 묶여 있어 빠르게 거래가 이뤄질 확률은 낮은 상황이다.
삼익 아파트 단지 인근 D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120만 원 월세도 묶여 있어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은 쉽게 매수하기 힘들다. 삼익은 비슷한 가격으로 나온 물량도 제법 있어서 예비 매수자들이 굳이 이 차관의 아파트를 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차관과 마찬가지로 강남에 2주택을 보유해 논란을 빚었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퇴직 시점까지도 집을 처분하지 않은 바 있다. 김 전 수석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 한신 아파트(84.74㎡)'와 그의 배우자가 갖고 있는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 팰리스(123.29㎡)는 지난해 12월부터 김 전 수석이 퇴직한 지난 8월까지 도합 6억 원가량 뛰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차관이 내놓은 삼익 아파트는 월세도 껴있고 인기 있을만한 매물은 아니다. 김 전 수석도 일전에 집을 시세 대비 2억 원 높여서 내놓지 않았나. 이 차관이 집을 내놨다고는 하지만 언제 팔리지 모르는 노릇이다. 청와대 측에서 명확한 주택 매각 시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3일부로 임기를 시작한 이 차관은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차관 임명에 대한 소회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차관은 "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살펴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중립적으로, 국민의 상식에 맞도록 업무를 처리하겠다"며 "결과를 예단하지 마시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오로지 적법절차와 법 원칙에 따라 직무에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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