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마통 개설 급증…'가족 찬스' 꼼수 제기도
[더팩트|이민주 기자] 오늘(30일)부터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1억 원을 웃돌거나 연 소득의 200%를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막은 가운데 시행 전부터 각종 꼼수와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시행된다.
주요 내용은 신용대출이 1억 원을 넘는 사람이 1년 이내에 규제 지역에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것이다. 규제 지역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을 포함하며, 회수 대상은 기존 대출이 아닌 규제 시행일 이후 신규 대출분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한다. 연봉 8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가 1억 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개인 단위로 DSR 규제를 적용한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을 합친 연간 원리금 상환 금액이 연봉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돌연 대출을 옥죄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계대출이 있다.
한국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585조5000억 원, 판매신용 잔액은 96조6000억 원으로 가계신용은 총 1682조1000억 원이다. 2분기 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 잔액은 44조9000억 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7조4000억 원 늘었고, 기타 대출은 22조1000억 원 뛰었다.
금융당국은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세 유지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가계부채 증가속도 등의 관리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일단 뚫어놓자" 시작 전부터 이상현상 '속출'
그러나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며 역효과가 나는 분위기다.
당국의 규제 발표 일주일 만에 신용대출이 1조 원 이상 급증하고,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30일 이전에 이미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다가 대출을 연장하거나 금리·만기 조건만 변경해 재약정하는 사람은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가장 먼저 신용대출이 급증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규제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4~15일 주말 이틀 동안 이들 은행에서 신규 취급한 비대면 신용대출만 총 1929건, 775억 원에 달한다.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되기 전 주말인 7~8일 대출 건수는 944건, 대출 금액은 219억 원이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9일 기준 131조354억 원으로 규제 발표 전날인 12일(129조5053억 원) 대비 1조5301억 원이 불어났다.
26일 기준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13일 대비 2조1928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12일 129조5053억 원에서 26일 131조6981억 원이 됐다.
미리 늘어나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열어 규제를 피하려는 사람들도 급증했다.
시중 은행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들 은행의 하루 신규 개설 마이너스 통장 수는 6681개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되기 전날인 12일 신규 개설 마이너스 통장 수가 1931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10여 일 사이 3.5배가 늘어난 셈이다.
◆ "남편이 집사고, 아내가 대출받고"…벌써부터 '꼼수' 꿈틀
막차 타기에 실패한 사람들이 생기면서 벌써 우회로를 찾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정책이 강화되더라도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나 형제의 이름으로 빚을 내 집을 사는 '가족 찬스'나 제2금융권을 통한 대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일명 '꼼수'가 제기되고 있다. 형제, 부모 등의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는 방법 또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집을 사고 나머지 한 사람이 신용대출을 받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가려는 이들도 있다. 비금융사 대출에 대한 DSR 상한선은 60%로 40%인 은행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오는 2022년까지 이 상한선을 40%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이마저도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자산가의 경우 부동사 신탁을 통해 집을 사거나 토지를 자녀에 증여해 담보대출을 받도록 하는 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우회로 제기에 금융권은 자칫 시장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원인은 집값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만 늘린다고 집을 사려는 수요가 갑자기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되레 수요를 옥죄었다가 현재의 리스크가 다른 분야로 번지는 '풍선효과'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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