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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에서 어떻게 사나"…'호텔방 임대' 전세대책에 싸늘한 여론

  • 경제 | 2020-11-18 16:28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전세난 해결을 위해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꾼다는 정부 방안을 언급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전세난 해결을 위해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꾼다는 정부 방안을 언급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이미 실패했던 방법"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호텔을 개조해 전·월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또 '탁상공론식' 회피안을 내놨다는 비판이 인다.

18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전세난을 잡기 위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화 방안'을 발표한다. 대책은 단기간에 물량을 확보해 공급할 수 있는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를 대폭 확충, 10만 가구 이상의 물량을 공급하는 게 골자다.

임대에는 상가 건물과 호텔 등도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건물을 주택화해서 전·월세로 내놓는다거나,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 등등이 포함된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직 전세대책 발표 전이지만 호텔의 임대화가 알려지자 야당과 국민들은 격한 아우성을 보내고 있다. 확보 가능한 호텔 물량도 적거니와 호텔을 매입해 공급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 하면 대부분 좁은 1인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거의 '닭장', '고시원' 수준 아니냐는 지적이 다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텔을 전세 주택으로 만들겠다는 이낙연 대표의 주장은 황당무계 그 자체다. 국민들이 원하는 곳은 마음 편히 아이들을 키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주거 공간이지 환기도 안 되는 단칸 호텔방이 아니다"라며 "교통과 교육을 포기한 이 대표의 대책은 서민들에게 닭장집에서 살라는 말이나 똑같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주택 문제를 뼈아픈 패착이라고 하더니 내놓은 대책이 호텔을 확보해 전월세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국민이 전월세 대란으로 어떤 고통을 겪는지,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무너져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어쩜 이리도 모르나 싶다"고 쓴소리를 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에도 23회의 부동산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전월세 보증금 대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국민들 역시 정부의 전세대책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호텔 임대 관련 기사 댓글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외진 곳의 빈집 매입 후 리모델링 임대한다 해서 성질냈더니 호텔로 고급화해주시네. 더 성질을 내면 청와대도 내어 주려나", "닭장 같은 러브호텔에 살면 퍽이나 좋겠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안정화 해법은 공공임대뿐인가. 제대로 된 대책은 언제쯤 나오나" 등의 비난이 빗발친다.

호텔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앞서 청년 임대주택 공급 방안 중 하나로도 추진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비좁고 불편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환영받지 못 했다. 실제 정부가 올해 초 서울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을 리모델링해 공급한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은 당첨자 중 절반 이이 최종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호텔을 주택으로 개조하는 시도는 이미 베네키아 동대문 호텔을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전환하는 실험에서 처절히 깨진 아이디어"라며 "정부는 현재 부동산 대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래를 늘리고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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