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인력들 모두 말 아껴…공제조합 노조만 '박덕흠법' 주창
[더팩트|윤정원 기자] 건설단체 협회장이 건설공제조합 운영에까지 관여해온 것을 두고 논란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불거진 문제가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까지 옮겨붙으면서 향후 건설협회 회장직이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직하지 않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협회장-운영위원(장) 겸직 논란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인해 불이 지펴졌다. 앞서 진성준 의원은 2009년 박덕흠 의원이 전문건설공제조합을 통해 지인 소유의 충북 음성군 소재 골프장(코스카CC)을 시가보다 약 200억 원 비싼 가격에 사들여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골프장을 200억 원 이상 부풀린 465억 원에 사들이고 그 차액을 총선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진 의원은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구성을 개선해야 한다. 협회장의 조합 운영위원장 겸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공제조합 운영위원의 무한정 연임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협회와 공제조합의 운영을 분리하기 위해 건설산업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덕흠 의원은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전문건설협회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 전문건설협회 회장은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했다. 박 의원은 현재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박 의원은 혐의와 관련, "골프장 투자는 전문건설공제조합 집행기구의 수장(이사장)이 전권을 갖고 진행했다. 자신은 감독기구인 운영위원회의 위원장에 불과해 골프장 건립과정에서 구체적인 결정을 하거나 사업계획의 집행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운영위원회가 의사결정기구이며 이사회는 집행기구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공제조합 정관 제33조에 따르면 운영위원회는 사업계획을 비롯한 예산, 차입금, 분쟁 조정, 임원 인사 등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음성 골프장에 대한 투자 결정은 운영위원회에서 이뤄졌으며, 이사장은 운영위원회의 투자 결정을 집행했다고 보는 게 설득력 있다는 전언이다.
전문건설협회 회장직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의 겸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불똥은 종합건설사들이 모인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에까지 번졌다. 현재 건설협회와 공제조합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공제조합 노조에서만 "건설협회장이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면서 공제조합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병폐가 드러났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영수 건설공제조합 노조위원장은 "협회장의 당연직 운영위원장 선출제한과 운영위원 연임 횟수 제한,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를 통한 조합원 운영위원 선출, 주요 안건에 대한 표결 의무화 및 예산심의 기준 수립 등을 골자로 하는 '박덕흠법'을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한건설협회가 사용하는 건설회관은 건설공제조합 소유 아닌가. 매일 마주칠 텐데 얼굴 붉히는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건설협회장이 조합 운영위원을 맡게 되면 이익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건설공제조합에는 다양한 주주들이 있지만 협회 지회장들 쪽으로 의견이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겸직이 금지되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고,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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