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올해 절반 수준…전세대란 불가피
[더팩트|윤정원 기자] 내년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절반 수준으로 관측되면서 전세대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서울 전세 수요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경기도 매매로 눈을 돌렸고, 임대아파트를 눈여겨보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이다.
◆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2만5931가구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5만6279가구로 올해(36만2404가구)보다 30%가량 줄어든다. 특히 서울에 입주 예정인 새 아파트 물량은 2만5931가구로 올해(4만5967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당장 이달의 입주 물량만 봐도 상황은 갑갑하다. 직방에 의하면 11월 전국 입주 물량은 1만9916가구다. 이 중 서울 입주 물량은 1개 단지, 296가구에 그친다. 2018년 4월 이후 2년 7개월 래 가장 적은 입주 물량이다.
이미 임대차 3법 시행 전후로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고,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면서 전세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과 비교하면 최근 3개월간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3873만 원 상승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인 7월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4억6931만 원 수준이었지만 10월에는 5억804만 원으로 뛰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대기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세시장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부동산 시장 전세가격이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4.4%)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엔 내수회복이 제한적이고 경기회복 속도도 더뎌 3차 긴급재난지원금 편성,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 집값·전셋값은 높은 수준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전셋값 급등에 가속하는 탈(脫) 서울화
전세가격 상승세가 점쳐지자 서울 거주자들 가운데 경기도 아파트 매입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교통환경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는 서울 전세보다 차라리 경기권 아파트 매수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의 거주지별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해 1~9월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3만 3695가구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9월 서울 거주자가 가장 많이 아파트를 매입한 곳은 고양시로 나타났다. 최근 15년간 서울 거주자의 1~9월 고양시 아파트 매입 건수는 평균 2202가구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1~9월에는 4246가구를 사들이면서 연평균보다 92.7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양주시 아파트 매입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 거주자들의 연간 1~9월 남양주 평균 아파트 매입 건수는 1659가구이지만, 올해는 3436가구를 매입해 연평균 대비 107.07%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포시의 경우 서울 거주자들이 연간 1~9월 평균 822가구를 매입했지만 올해에는 2995가구를 사들였다. 평균보다 264.17% 늘어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외에도 서울 거주자들은 △용인시 2920가구 △의정부 2184가구 △수원 1949가구 △성남 1728가구 등을 매입했다
고양시와 남양주시에 서울 거주자들이 유독 몰린 것은 고양선과 별내선, GTX-A, B 등의 교통호재와 3기 신도시 예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포시의 경우 김포 골드라인을 이용하면 서울 여의도까지 이동이 수월한 데다 6·17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서도 제외돼 서울 거주자들의 아파트 매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의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과 매맷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서울 거주자들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은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점쳤다.
◆ 전세난 속 임대아파트 '가뭄 속 단비' 될까
일각에서는 전세가격이 오르고 물건 구하기도 힘든 전세대란 속에 내년 바로 입주가 가능한 임대아파트가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불거진다. 무주택자들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부동산114랩스에 따르면 2021년 입주가 예정된 임대아파트는 4만6177가구로 올해(1만5169가구)보다 3만1008가구 더 많다. 서울에서는 내년 3096가구가 집들이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입주에 나서는 서울 내 대표 임대아파트 단지는 '독산역 롯데캐슬'과 '강동리엔파크11단지' 등이다. 롯데건설이 지난 2017년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1005번지 일대에 공급한 독산역 롯데캐슬 민간임대아파트는 내년 5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내년 초 계약취소 분에 한해 입주민 추가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4층, 지상 35층, 8개 동, 전용면적 59~84㎡, 총 919가구 규모다. 지하철 1호선 독산역과 인접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난 해소를 위한 민간 임대주택 확대를 위해선 정부가 지원책 확대나 인센티브 등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정부에서는 전세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했지만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전세 품귀와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하는 일부 수요자들은 월세 매물이나 임대로 공급되는 새 아파트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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