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상장 주관 경쟁도 밀려…IPO 전망 '희비'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연간실적 업계 1위자리를 사수해 온 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대우에 올해 실적 '톱'자리를 내줄 위험에 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기록한 1분기 손실과 IPO주관 성적 등 요소로 인해 올해 실적에서 미래에셋대우에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 1분기 영업손실 1914억 원…올해 실적에 '치명타'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7년 이후 3년 연속 연간실적 업계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도 당기순이익 684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4993억 원)대비 37.1% 증가한 수치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상승기류에 순항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뒤를 바짝 쫓았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순이익(연결기준)은 6637억 원으로, 지난 2018년대비 2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한국투자증권이 1위를 거머쥐었지만 올해는 1분기 적자 등에 의해 실적 레이스에서 뒤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191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1339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파생상품 부문과 자회사 해외펀드 등의 평가손실이 1분기 적자의 주요인이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실적부진 배경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증시 침체와 경기 위축으로 인한 손실이다. 해외 주요 증시에서의 주가 하락에 따른 해외펀드 평가손실이 컸다"고 설명했다.
2분기 이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하락장세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늘어나는 등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4분기에도 다양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해외자산의 평가이익이 낮아질 수 있는 점을 비롯해 금융사태와 관련한 추가적인 충당금 발생 가능성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라임사태를 비롯해 옵티머스 펀드, 알펜루트 펀드, 팝펀딩 사태 등 다양한 환매 중지 사태와 얽혀있다. 판매한 펀드 다수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추후 손실가능성이 존재한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과 DLS 사태 관련 비용으로 인해 지난 2분기 2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실적에 반영됐다.
◆ 명실상부 IPO 강자 '한투', 크래프톤 입찰 경쟁서 체면구겨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IPO주관 실적에서도 미래에셋대우에 따라잡힐 위기에 놓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2일 상장한 교촌에프앤비의 상장주관을 맡으며 IPO수수료로 약 18억 원을 지급받을 전망이다. 이달 3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IPO수수료실적은 170억 원인데, 현재 157억 원을 기록 중인 미래에셋대우가 교촌의 수수료를 수취하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을 넘어서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국투자증권의 내년 IPO시장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크래프톤의 상장주관사 입찰 경쟁에서 미래에셋대우에 패하며 단독주관사 자리를 내줬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은 업계 내 예상 기업가치가 30조 원에 육박해 '역대 IPO 최대어'로 꼽힌다.
미래에셋대우는 크래프톤 IPO를 따내며 내년 IPO주관실적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주관사 없이 대표이자 단독주관사 자리를 따내며 수수료 나눠갖기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미래에셋대우가 크래프톤 IPO수수료만 150억 원 이상을 수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IPO 건별 수수료 1위를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의 카카오게임즈 주관 수수료는 52억 원이었다.
한편, 이같은 요소들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연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임기만료는 내년 3월로, 현재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사모펀드 관련 사태와 얽혀있기에 정일문 대표가 책임론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집권 2년차 만에 실적 1위자리를 내주며 실적에서 조차 밀리게 된다면 연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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