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금융 사업 구체화 '아직'…기술력 확보 관건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OK금융그룹이 대부업 청산을 예고한 가운데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 업계 진출을 선언했다. '대부업'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위한 포석을 다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대면 서비스 등에서 활약상이 없는 OK금융의 P2P플랫폼 구축은 무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은 지난 9월부터 계열사인 OK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를 통해 P2P금융업에 진출을 준비 중이다.
P2P금융은 복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아 대출을 원하는 차주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개인간 거래' 금융기법을 말한다. 기존 금융사가 제공하는 대출보다 금리는 낮은 반면 투자자들에게는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제공한다. 그간 P2P금융은 제도권 밖에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온라인투자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8월 시행에 들어가면서 제도권에 편입됐다.
OK인버스트먼트파트너스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에 따라 업체 등록 및 '온라인투자연계법 설립 추진단' 가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금융 당국에 정식 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다.
OK금융의 P2P금융 진출 배경에는 '대부업 철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OK금융그룹은 예나래 저축은행과 예주 저축은행을 인수해 2014년 대부업을 정리하는 조건으로 OK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당시 OK금융은 향후 5년 내 대부업 자산 40% 감축을 금융당국과 약속한 바 있다.
더욱이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대부업체의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OK금융의 대부업 철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24%다.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됐을 당시 최고금리가 6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낮아졌다. 최고금리 인하가 점진적으로 추진되면서 2016년 27.9%, 2018년 24%까지 내려온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OK금융은 저축은행과 캐피탈, 신용정보 등 계열사를 주력으로 투자업과 정보통신업, 부동산업, 해외금융 등 사업 다각화에 주력 중이다.
이번 P2P금융 진출도 대부업을 정리하고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새로운 업권에 진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OK금융으로서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OK저축은행이 급성장 중이긴 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OK금융으로서는 P2P금융 진출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OK금융이 P2P금융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그동안 OK금융이 디지털 관련 비대면 서비스와 관련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만 봐도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경쟁사들이 발 빠르게 자체 서버를 통해 모바일뱅킹 앱을 내놓은 반면에 OK저축은행 아직까지 자체 서버조차 구축하지 못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2P금융은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OK금융이 P2P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어느 정도의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OK금융 관계자는 "협회(온라인투자연계법 설립 추진단) 가입 승인 신청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12월이나 1월 중으로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OK금융은 아직 P2P금융 관련 인력 확보 등 관련 업계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는 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했다"면서도 "절차상 인력 확보 등은 승인이 난 이후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승인이 난 이후 단계적으로 인력 확충 등 P2P금융에 진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 규모 등에 대해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디지털금융이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그 분야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며 "P2P금융은 플랫폼 사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중심으로는 (OK금융이) 여신 등에 대한 노하우가 있지만, (디지털부문은 그렇지 못하다.) P2P금융 진출은 디지털금융에 대한 스터디 차원의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윤 OK금융 회장은 1963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로, 나고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최윤 회장은 나고야에서 '신라관'이라는 음식점 운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후 한국으로 넘어와 벤처캐피탈 회사를 세웠다.
최윤 회장은 일본 대부업체인 A&O그룹 계열회사가 매물로 나오자 재일교포 상공인들과 함께 JNP컨소시엄을 꾸려 인수 후 회사명을 '아프로(APLO)'로 바꿨다. 이후 '러시앤캐시' 브랜드를 내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실시하며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또한 미즈사랑, 한국JB금융, 예나래 저축은행, 예주 저축은행 등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며 아프로서비스그룹(현 OK금융그룹)을 일궜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 2019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지금의 OK금융그룹으로 그룹명이 바뀌었다. 'OK'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처음 선보인 이름으로, 대부업을 청산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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