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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변화냐 안정이냐…연말 인사 시즌 다가오자 긴장감 높아진 재계

  • 경제 | 2020-11-07 00:00
연말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 안팎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더팩트 DB
연말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 안팎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더팩트 DB

5대 그룹 일제히 변화 모색…세대교체 흐름도 이어져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 안팎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존 경영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그룹 총수들의 메시지가 올해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나온 데다 재계 '세대교체' 흐름에 맞춰 인사를 통해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다. 일부 대기업은 위기 상황을 반영해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이 12월 연말 임원인사를 통한 대대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후 첫 인사인 만큼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뉴삼성'의 구체적인 경영 밑그림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바이오·자동차 전자장비 등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를 놓고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인사 이후 조직을 재정비한 삼성이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사법 리스크와 상속 문제 등 복잡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안정 속 변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더구나 삼성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도 호실적을 이어나가며 체제의 굳건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요 관심사는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되는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 체제가 지속될지 여부다. 외부 인재 영입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연말 인사와 관련해 가장 주목도 높은 기업은 현대자동차(현대차)그룹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오른 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세대교체' 시기와 맞물린다.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며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시장 상황도 인사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정의선 회장 시대를 알리는 후속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의선 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을 도맡기 시작한 2018년 하반기부터 그룹 인사 키워드는 줄곧 '차세대 리더'였다. 젊은 인재를 발탁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새판짜기를 추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인재를 영입, 지속적인 신뢰를 보내면서 보수적인 그룹 기업 문화에 강한 자극을 주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의선 회장의 인사 패턴을 봤을 때 안정을 택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간 중심 모빌리티라는 비전을 실현할 젊은 인재들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5대 그룹 총수 모두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고 신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더팩트 DB
5대 그룹 총수 모두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고 신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더팩트 DB

SK그룹은 예년과 비슷한 12월 초·중반쯤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회의와 CEO 세미나를 통해 새 경영 화두를 제시했던 만큼 이에 걸맞은 새로운 인재들이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신사업을 더욱 견고하게 꾸려나가기 위한 조직 정비도 중요하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가치 공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CEO들은 고객, 투자자, 시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적합한 각사의 성장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SK그룹은 2021년을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LG그룹은 이달 말 5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사업 계획을 점검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 사업보고회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사 규모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구광모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현시점을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라고 언급한 것을 고려했을 때, 변화를 중시하는 이러한 의중이 연말 임원인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두 차례 진행한 임원인사에서 젊은 인재를 적극 발탁하며 '뉴LG'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 가장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는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그룹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이 코로나19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문책성 인사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쇄신 인사가 동시에 이뤄지며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례없는 '8월 인사'를 단행하며 인적 쇄신의 신호를 보냈다. 롯데의 성장을 이끌며 그룹 2인자로 불렸던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인사 내용도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당시 롯데는 '깜짝 8월 인사'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한 인적 쇄신은 연말 인사에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위기의식이 드러난 신동빈 회장의 그간 메시지만 보더라도 연말 인사 수위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사업 구조부터 기존 업무 방식까지 뜯어고치는 고강도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강한 쇄신 의지에 따라 12월 연말 인사가 한 달 이상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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