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 경제를 세계 무대로 도약시킨 분"
[더팩트ㅣ삼성서울병원=윤정원·박경현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에는 장례 사흘째인 27일에도 업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굵직한 금융계 인사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경우 오후 8시를 앞두고 빈소를 찾았다.
본래 삼성 측은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외부 조문·조화를 사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자 하는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져 외부 조문을 제한적으로 받기로 했다. 사전에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조문객은 빈소에 들어갈 수 없었다.
고인과 연결고리가 없는 이들이 조문을 원한다며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기도 했다. 40대부터 70대까지 약 20명에 달하는 일반인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날 한 70대 남성 유튜버는 장례식장 앞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향해 "윤 씨, 윤 씨!"를 외치고 취재진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적잖은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려는 데 왜 막느냐"며 경호원들에게 삿대질을 하는 사람들도 으레 보였다.
이날 금융권에서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등이 자리했다. 빈소를 찾은 윤종규 회장은 "이 회장은 통찰력과 예지력, 실행력을 갖춘 지혜로운 경영자였기에 아쉽다"며 애도했다.
이주열 총재는 상당수 취재진들이 철수한 오후 8시가 다 될 무렵 등장했다. 이 총재는 조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고인께서는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이끄셨고 한국경제가 세계무대로 도약하는 데 큰 기여를 하신 분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인의 기업가정신을 되새겨 보고 명복을 빌어드리고 싶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경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이로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구광모 회장까지 4대 그룹 총수 모두 고인을 추모했다. 구광모 회장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을 크게 발전시키신 위대한 기업인이라고 생각한다. 재계 어르신들이 오래 계셔서 많은 가르침 주시면 좋은데 참으로 안타깝다"며 "유족분들에게 인사드리고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 재계 큰 어르신이라 조문을 왔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LG의 인연은 깊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과 고 구인회 LG 창업주는 사돈 관계다. 이병철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씨는 1957년 구인회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해 12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바 있다.
5대 그룹 총수 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일하게 조문을 하지 않은 상태다. 신동빈 회장 비서실은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의 부고 소식을 전달했으나 신동빈 회장의 조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님의 조문 일정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대신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은 이틀 연속 빈소를 찾았다. 황각규 전 부회장은 지난 26일 방문 당시 수많은 조문객들로 인해 조문을 마치지 못해 이날 다시 장례식장에 들렀다. 황 전 부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을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분"이라고 추억하며 "어제(26일) 조문하지 못 했고 유족들에게 인사도 전하지 못 했다.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다시 방문했다"고 말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또한 이틀 연달아 빈소를 찾았다. 지난 26일에는 개인적 친분에 의해서 빈소를 방문했고, 이날은 이상운 부회장과 조현상 사장 등 경영진과 함께 그룹 차원에서 장례식장을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어렸을 적 강아지를 좋아한 저에게 고인께서는 진돗개 두 마리를 보내주셨다. 그 정도로 가슴이 따뜻한 분이셨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이건희 회장 생전에 특별한 만남이 없었다고 밝힌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고인에 대한 존경과 충의 마음으로 조문을 마쳤다"며 "고인은 탁월한 창의력과 혁신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이끈 분이라 생각한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삼성그룹 노조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님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어려운 상황을 같이 겪은 분이다. 앞으로 삼성 노사관계가 잘 형성되도록 이재용 부회장님과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제프리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장은 "이건희 회장님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러 좋은 일을 하셨다. 반도체, 컴퓨터, 휴대전화 등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을 주신 인물로, 우리 모두는 다 혜택자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예전부터 뵀지만 항상 좋은 추억이 있다. 경제 개발을 해주신 점에 감사하다"고 부연했다.
당일 오후 8시 기준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윤태 전 삼성전기 사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최철원 전 마이트앤메인(M&M) 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제프리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찬호 전 야구선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육현표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임대기 전 삼성라이온즈 구단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철우 경북지사, 이용섭 광주시장, 원유철 전 국회의원, 권노갑 전 국회의원, 남경필 전 경기지사, 김관영 전 국회의원 등이다.
1942년 대구 출생인 고(故) 이건희 회장은 지난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이 회장은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선대 고(故) 이병철 회장에 뒤를 이어 1983년 삼성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10조 원이던 매출액은 2018년 기준 387조 원으로 약 39배 늘었다. 이익은 2000억 원에서 72조 원으로 259배, 주식은 시가총액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396배 증가했다.
이건희 회장의 장례는 4일장으로, 발인은 오는 28일 오전이다. 삼성은 발인 시간과 진행순서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장지는 고 이병철 회장이 묻혀 있는 에버랜드 인근 용인 선영이나 수원 가족 선영 중 한 곳이 될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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