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다운로드 수, LF 직원 수보다 적어…'구색 맞추기식' 사업 지적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최근 각기 다른 콘셉트의 온라인 패션 편집숍을 적극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LF가 야심 차게 선보인 남성 전용 온라인 플랫폼 '아우(AU)'가 사실상 흥행에 참패했다.
LF는 3040 남성들이 '남성 패션' 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겠다고 단언했지만, 정식 론칭 반년여가 지날 때까지 '아우'라는 이름을 알리기에도 실패한 모양새다. 심지어 '아우'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는 LF 직원 수보다도 적다.
일각에서는 LF가 사업을 벌려놓기만 하고 마케팅과 신규 브랜드 론칭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며 초기 투자 비용 회수도 하지 못할 것이란 날 선 지적을 내놓고 있다.
◆ 정식 론칭 벌써 반년…관리는 '나 몰라라'
17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지난해 12월 사전 론칭 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지난 4월 '아우'를 공식 론칭했다.
'아우'는 'Adviser to U(당신을 위한 조언자)'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시간이 부족한 3040 남성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단순히 제품을 나열하는 일반적인 쇼핑몰 형태에서 탈피해 남성 패션에 관한 최신 트렌드와 노하우를 전하며 회원들 간 소통을 이끌어내는 커뮤니티형 온라인 쇼핑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사전 론칭으로부터는 10여 개월, 정식 론칭으로는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고객들로부터 '아우'는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아우'의 앱 다운로드 건수를 보면 100건이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는 LF 직원 수보다도 더 적은 수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LF 직원 수는 1014명이며, 남성 직원은 432명이다. 'LF 직원들도 이용하지 않는 앱'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셈이다.
부실한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앱 활성화 및 오류 점검 등을 위해 실시하는 앱 업데이트도 두 달에 한 번꼴로 진행돼 사실상 방치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강력한 남성 쇼핑몰로 꼽히는 1조 원 거래 규모의 '무신사'는 현재 한 달에 두 번꼴로 앱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신사는 10~30대 남성 소비자 비중이 80%에 달하며 회원 수가 6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남성 전용 쇼핑몰은 아니지만 '아우'보다 2개월이나 후에 론칭한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회사 한섬의 온라인 편집숍 'EQL'도 다운로드 수가 1000건이 넘는 상황에서 '아우'의 부진은 뼈아픈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F몰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새로운 앱을 왜 출시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단순 실적을 쌓기 위해 앱만 만들고 관리를 하지 않아 투자비용만 낭비된 격"이라고 말했다.
◆ LF "포트폴리오의 일환"…업계 "구색 맞추기 인정했다"
현재 LF는 '아우' 외에도 기존 통합몰인 'LF몰'과 온라인 편집숍인 '어라운드더코너닷컴' 등 총 세 개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통합몰인 'LF몰'은 20∼50대의 일반 고객을 두루 노리고 있고, 동명의 오프라인 편집숍에 기반을 둔 '어라운드더코너닷컴'은 16∼32세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했다.
각 플랫폼이 겨냥하는 고객층을 세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LF가 기존 쇼핑몰 외에 '아우'를 선보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LF 관계자는 "('아우'는) 남성복 사업의 다양화를 위해 시도하고 있는 포트폴리오의 일환"이라며 "타깃으로 하고 있는 시장 자체가 매스한 마켓이 아니기 때문에 규모나 볼륨이 크지 않고, 처음부터 매출 얼마를 목표로 하겠다나 큰 볼륨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패션회사니까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빈 곳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천천히 소소하게 가려고 했다"면서 "현재 공격적인 마케팅도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반응에 일각에서는 '구색 맞추기식' 사업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또한 최근 자신을 꾸미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3040 남성들이 급증하고 있는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을 꾸미는 남성, 일명 '그루밍족'의 구매력을 최근 패션업계는 가장 주목하고 있다. 백화점 내에서도 남성 수입 존과 명품 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무신사를 제외하고는 다른 플랫폼들의 충성도가 아직 낮아 LF도 이 시장의 점유율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되는데 '천천히'라는 방향은 시장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남성 고객들을 마냥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보여주기식으로 사업을 벌려놨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면서 "볼륨이 크지 않다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볼륨이 크지 않다고 마케팅이나 앱 관리 등에 소홀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직언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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