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팟 '짝퉁' 피해자만 100여 명…업계 "마땅한 대응책 없어"
[더팩트|이민주 기자] 이커머스 업계가 '가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개인 판매자가 가품을 판매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판매자 및 상품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대면 트렌드로 수혜를 누리던 이커머스 업계가 거듭 불거지는 '짝퉁 이슈'에 발목을 잡힐지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에서의 가품 판매 사례 및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에 모두 열려있는 인터넷 중개몰을 말한다. 대표적인 오픈마켓 업체는 11번가, 위메프, G마켓 등이다.
최근 11번가에서도 가품 판매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소비자 A 씨는 지난 9월 11번가에서 에어팟 프로를 구매했다. 에어팟 프로는 애플사의 최신 무선 이어폰 모델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A 씨를 현혹한 것은 정가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이었다. 에어팟 프로 정가는 32만9000원이지만, 11번가에 등록된 상품 가격은 21만6000원이었다.
홍콩에서 배송하는 해외 직접구매 상품이라는 설명에 3주를 기다려 상품을 받았지만, 가품이었다. 구매 고객 모두가 동일한 시리얼 넘버(식별 번호)가 적힌 제품을 받았으며, 제품 마감 등에서 정품과 다른 점이 발견됐다.
논란이 일자 11번가 측에서 해당 상품의 판매를 정지시켰으나 이미 구매한 사람만 100명을 넘겼다.
위메프에서도 가품이 판매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7일 위메프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구찌의 가방 제품이 정가의 10분의 1 가격에 판매되 논란이 일었다. 위메프는 논란이 일자 곧바로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실제 오픈마켓의 가품 판매는 예상과 달리 흔한 편이다. 지난 3년간 적발된 짝퉁 상품만 21만 건이 넘는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허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온라인으로 위조상품을 유통하다 적발된 것만 21만8170건이다.
제품 유형별로 가방(31.7%)이 가장 많았고, 의류 제품(26%), 신발(18.1%), 소품(6.5%), 지갑(6.3%)이 뒤를 이었다.
업체별 위조상품 적발 건수는 네이버(스마트스토어·카페·블로그·밴드)가 5만96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쿠팡 7128건, G마켓 251건, 11번가 250건, 인터파크 246건, 옥션 199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의 특성상 판매자에 대한 제재와 재발 방지가 어렵다는 점이다. 가품 판매자를 퇴출해도 다른 사업자 명으로 재등록을 하는 것 까지 막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법제연구원 '전자상거래 피해현황과 소비자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이용에서 분쟁 또는 피해를 경험한 곳으로는 개인사업자 쇼핑몰(42.8%)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중개쇼핑몰(32.5%)이다.
특히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쇼핑몰로는 '중개쇼핑몰(51.3%)'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외 개인사업자 쇼핑몰(38.8%), TV홈쇼핑 몰(13.5%) 등으로 나타났다.
가품 에어팟 프로를 판매해 논란이 된 11번가의 경우에도 곧바로 해당 판매자의 상품 판매를 정지시켰으나, 같은날 같은 가격의 새로운 딜이 올라왔다.

11번가 관계자는 "가품 판매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사후조치도 하고 있다"라면서 "판매자 등록을 할 때, 기존 판매자의 경우 이전에 판매했던 물건이나 패널이 이력 등을 확인하지만 신규 판매자의 경우 사전에 검증할 방법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당 제품 위조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매상품 확보해 위조품 감정의뢰 중이며, 감정 결과에 따라 가품으로 확인되면 직권 취소로 모두 환불 진행할 예정"이라며 "자사는 지식재산권 보호센터 등을 운영하는 등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는 가운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개업자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한 유통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업자가 판매자에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세할 근거가 없을뿐만 아니라 자율적인 거래 행위를 저해·위축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품 판매 등은 곧 온라인몰의 신뢰도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에 모든 업체가 짝퉁 판매를 막기 위해서 모니터링, 신고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 온라인몰 내 일부 카테고리에서 판매되는 상품만도 수만 개에 이른다. 이를 다 모니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짝퉁 판매가 적발되면 판매를 중단하고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도 우선 환불 등으로 보상을 진행한다"며 "문제가 된 판매자의 계정을 차단해 재가입을 막더라도, 다른 사업자나 판매자로 등록해 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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