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百 채용문 열어…하반기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것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공룡'들이 하반기 공개 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은 일정과 계열사별 자체 채용 등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에도 주요 기업들은 저마다 신규 채용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다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인력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하반기 그룹사 신입 공채를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계열사별 자체 채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매년 상·하반기마다 그룹사 대졸 공채를 진행했지만, 올 하반기에는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각 계열사별 '핀셋 채용'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 △롯데홈쇼핑 △롯데지알에스 △롯데칠성음료 등 4개사에서 디지털 전환(DT) 부문 신입사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모집 분야는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정보기술(IT), 사용자 경험(UX) 등이다.
롯데정보통신·롯데홈쇼핑·롯데지알에스는 다음 달 16일까지, 롯데칠성음료는 내달 5~23일 지원서를 받는다. 인성검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비대면 해커톤도 전개해 우수 인재 확보에 공을 들였다.
정부옥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은 "언택트 문화 확산을 비롯한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롯데는 내부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며 "이번 채용과 해커톤 대회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상반기 공채가 없었던 만큼 하반기에는 예정대로 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만 참여 계열사는 지난해 14개에서 올해 11개로 축소됐다. 현재 공고가 올라온 계열사는 △신세계 △쓱닷컴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신세계사이먼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L&B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I&C △까사미아 등이다.
전형은 서류-면접으로 똑같이 진행하되 전면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모두가 한곳에 모여 대면 면접을 진행하는 대신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채용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작년 채용 규모도 공개를 안 하기 때문에 늘었는지 줄었는지 동결인지 사실상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예년 수준으로 채용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신입 공채는 현대홈쇼핑, 한섬만 공고가 올라와 있는 상황이지만, 백화점부터 10월 이후에 차례로 채용을 진행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매년 9월에 하반기 공채를 시작했지만 올해는 한 달가량 일정이 늦어진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은 캠퍼스 리크루팅 등 대면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비대면과 함께 병행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유통업계는 전통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꼽혀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활동이 위축되고 소비 채널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전통 소매업체들의 부진이 계속되자 사실상 신규 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실제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지난 7월 말 국내 500대 기업의 국민연금 가입자 추이를 분석 결과, 국내 유통업체 44개사에서 올 2~6월 2519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기간제 인력을 포함해 임직원 1070명을 감축했다. 백화점은 135명, 할인점(마트)은 228명이 줄었고, 슈퍼·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이커머스 사업부가 포함된 기타 사업부문에서 707명의 임직원이 줄었다. 아르바이트 인력도 지난해 말 1946명에서 6월 말 811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감원이 발생한 이유는 롯데쇼핑이 올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점포 구조조정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상반기에만 슈퍼마켓 48곳을 폐점하고, 롯데마트 양주점과 VIC신영통점(창고형 할인점)을 닫았다. 8월 말 기준 문을 닫은 점포는 총 68개로, 이로 인해 600여 명이 퇴사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에서 인력이 276명 줄었다. 기간제 인력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로, 상반기 잡화점 삐에로마트와 H&B스토어 부츠 등 비효율 사업을 중단한 영향이 컸다. 백화점은 8명이 줄어든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그룹은 69명을 감원했다.
다만, 다음 달 신세계그룹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안성점을 시작으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11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내년 1월) 등 대형 점포의 신규 출점이 예정돼 있어 대규모 고용이 기대되고 있다. 스타필드 안성점의 경우 3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출점을 해야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내수침체 시기에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 구조조정과 수익 다각화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온라인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지만, 성장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고용 확대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일자리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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