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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하락론자'만 살아남는 文정부 유튜브 생태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구독했다고 알려진 부동산 유튜브(YouTube) 채널 '라이트하우스'와 '쇼킹부동산'의 구독자수는 4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배정한 기자, 유튜브 채널 캡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구독했다고 알려진 부동산 유튜브(YouTube) 채널 '라이트하우스'와 '쇼킹부동산'의 구독자수는 4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배정한 기자, 유튜브 채널 캡처

부동산 상승 점치는 유튜브 채널 잇달아 폐쇄 방침

[더팩트|윤정원 기자] 부동산 유튜버(YouTuber)들이 잇달아 방송을 중단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매물을 추천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대해서도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시사한 데 따른 여파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구독자 35만5000명의 유튜버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은 지난달 23일 방송을 종료했다. 구독자 6만8000여명을 보유하고 있던 유튜버 '석가머니' 역시 지난 5일 채널을 폭파시켰다. 석가머니는 이날 일언반구 없이 자신의 채널에 올라온 모든 방송을 내린 채 사라졌다.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또한 회원들을 강제 탈퇴시켰다. 채널을 정리한 유튜버들을 두고 구독자들은 정부가 부동산 관련 인플루언서를 겨냥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박병찬의 부동산 부자병법' 채널을 운영하는 박병찬 리얼피에셋 대표는 지난 1일부터 유튜브의 멤버십 유료서비스를 종료했다. 박병찬의 부동산 부자병법 채널 구독자는 13만4000명이다. 박 대표는 "시장 상황이 상황인 만큼 혹시 시세 교란행위에 일조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까 노파심에 당분간 멤버십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최근 우려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교란행위에 대해 올해 2월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의거해 합동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의심사례에 대해서는 내사에 착수하고 형사입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도 국토부는 유튜버·블로거 등이 온라인상에서 시장교란 행위를 하고 있다고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국토부가 주축이 돼 정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부동산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전문조직인 '대응반'까지 출범시킨 상태다.

구독자 4000명을 보유 중인 한 부동산 유튜버는 "유튜브 활동이 시장질서를 교란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정부에서 유튜브 채널까지 감독하고 나서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관리감독이 극심해진다면 잠시 부동산 채널 운영을 중단할 계획은 있다"고 답변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의 온라인 감독과 관련해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조용해질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에게는 부동산 시장 정보가 차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 부동산 유튜버들이 잇달아 채널을 폐쇄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캡처
유명 부동산 유튜버들이 잇달아 채널을 폐쇄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캡처

하지만 최근 유튜브 채널을 정리한 이들은 대개 부동산 상승론자에 국한한다. 부동산 채널의 쇠락 아닌 쇠락 속에 흥행가도를 달리는 유튜버들도 있다. '부동산 하락론자'로 유명한 '라이트하우스'와 '쇼킹부동산'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현미 장관이 부동산 하락론자들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유튜버는 부동산에 관심 없던 이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우연찮게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극단적인 유튜브 채널을 보며 정책을 짜는 건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이 유튜버에게 휘둘리고 있었다"라는 등의 비판과 조롱이 가득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이달 2일 김 장관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서 본인이 구독 중인 채널을 타인이 볼 수 없도록 설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김현미 장관을 검색할 때 함께 뜨는 연관 사이트에도 김 장관의 유튜브 링크는 사라져 있는 상태다.

현재 라이트하우스는 38만4000명, 쇼킹부동산은 36만2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업로드하는 게시물들은 대개 부동산 하락을 점치고 있다. 라이트하우스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들은 시종일관 '재건축 아파트 폭락 시작됐다', '부동산 폭락 시간문제다'는 등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쇼킹부동산도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최근 빚어진 논란과 무관하게 이들 채널의 구독자수는 계속해 우상향하는 추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라이트하우스의 경우 인천 소재 공인중개사라고 들었다. 최근에는 김현미 장관 덕분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인기가 대단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라이트하우스나 쇼킹부동산은 보통 40~50대 주부들이 보는 채널인데, 김현미 장관이 그들과 다를 게 있는가"라며 "국토부 장관이 유튜버들의 발언에 영향을 받아 정책을 수립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입맛에 맞는 부동산 하락론자만 유튜브에서 살아남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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