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타이어 장남 조현식의 반격…'형제의 난' 본격화
[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지난 한 주도 경제계는 다사다난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대로 급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이었는데요. 수도권에서 병상 부족의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돕기 위해 대기업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옛 한국타이어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형제의 난'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부친인 조양래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형제의 난'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사상 최초로 금융투자상품 관련 '100% 배상' 분쟁조정안을 수용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라임 무역금융펀드인데요.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 사라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외식업계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수도권은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3단계로 시행하기로 하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규모가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커피전문점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재계의 뒷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당연히 도와야죠" 코로나19 병상 부족에 기업들 또 힘 모았다
-코로나19 재확산 이슈를 빼놓을 수 없는 한주였는데요. 이번 [TF비즈토크]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발 벗고 나선 '착한 기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 병상 부족 문제가 발생하자, 기업들이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연수원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고 하네요.
-맞습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대로 급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우 심각했는데요. 대다수 확진자가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병상 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생겼죠. 이에 삼성, LG, SK, 한화 등 대기업들이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은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180실)와 삼성물산 국제경영연구소(110실)를, LG는 그룹 연수원인 LG인화원(300실)을, SK는 SK아카데미·SK텔레콤 인재개발원·SK무의연수원·SK브로드밴드 인재개발원(321실) 등을 무증상 및 경증환자 치료센터로 제공한다고 발표했죠. 한화에서는 한화생명이 라이프파크 연수원(200실)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회사 보유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닐 텐데요.
-물론입니다. 당분간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설 관리 등 부담해야 할 비용도 분명히 발생하겠죠. 그러나 기업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는데요.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당연히 도와야 한다.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일은 기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들 기업은 어려운 시기 때마다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대구·경북 지역 중심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도 연수원, 기숙사 등을 생활치료센터 또는 자가격리자를 위한 임시생활시설로 제공했었죠. 수십억 원대 성금은 물론,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물품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확산 초기 혈액 부족 문제가 생기자 회사 임직원들이 단체 헌혈 릴레이에 동참하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외에도 기업들은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발생하자 복구 지원금으로 수십억 원을 내고, 자체 긴급지원단을 파견했습니다. 각 회사 계열사들이 펼친 지원 활동까지 포함하면 기업의 위기 극복 활동 사례는 더욱더 늘어나죠.
-개인적으론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기업들의 어깨가 상당히 무겁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코로나19 탓에 기업들의 경영 여건도 최악이라고 말하잖아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지원 활동에 나서는 건 사회공헌에 대한 그룹 경영진의 의지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인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소 '동행' 경영 철학을 강조하며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반 성장'에 앞장서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감염병 관련 30대 그룹 총수 사회공헌 관심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사회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총수로 유명합니다. 그동안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이 사회, 고객, 구성원들을 위해 새로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죠.
-국내 대표 기업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게 되면, 동참 분위기가 재계 전반에 확산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날 수 있는데요. 이번에 삼성, LG, SK, 한화 등이 생활치료센터로 시설을 내놓은 이후 다른 대기업 일부도 센터 제공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수도권에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병상 부족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탤 수 없어 매우 안타깝다"며 "나름대로 다른 지원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고, 나아가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 부친 성년 후견 심판 동참한 조현식, '지근거리서 지켜본 결론일까요'
-한국타이어, 그러니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재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부친인 조양래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본격적으로 '형제의 난'이 시작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조현식 부회장이 한 달가량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인데, 승산이 있다고 봤을까요?
-네, 조양래 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매각했습니다. 그룹의 후계자로 조현범 사장을 선택한 것인데요.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먼저 반기를 들었고, 이후 조현식 부회장이 동참했습니다. 반면 차녀인 조희원 씨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내린 결정이 아닐 수 있다며 법원에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조현식 부회장은 한 달가량 고심한 끝에 동참했고요.
-현재 조양래 회장은 판교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현식 부회장도 마찬가지고요. 또 조양래 회장과 조현식 부회장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한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조현식 부회장은 부친의 지근 거리에 있다 보니 누구보다 건강상태를 잘 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조현식 부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은 조 부회장의 판단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조양래 회장은 성년 후견 심판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법원에 직접 출석해 재판부 심문을 받고 의사 감정을 통해 정신 상태를 확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성년 후견 심판은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도 들어 본 것 같은데요
-네, 롯데 경영권 분쟁 당시 성년 후견 심판이 변수로 작용했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치매를 앓고 있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하다고 주장했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고령임에도 경영 현안을 챙길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장기간 심리를 거쳐 신격호 명예회장이 중증 치매 등으로 정상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한정 후견인을 지정했습니다.
-조희경 이사장이나 조현식 부회장도 부친의 주식 매각을 뒤집기 위한 결정적인 무기로 성년후견 심판을 들고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조양래 회장은 고령의 나이에 자식들의 다툼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일각에선 조양래 회장이 앞서 이례적으로 건강 입장문까지 내놓은 만큼 공개석상에 나서서 건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굳이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형제의 난은 조기에 종식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조양래 회장의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금감원 압박에 '백기'든 '라임 펀드' 판매사…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은 어디로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보시죠.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투자원금 100% 배상'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였죠.
-네 그렇습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네 곳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최후통첩 기한의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까지 수용 여부를 고심했지만, 결국 당국의 압박에 끝내 백기를 들었습니다.
-100% 배상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이처럼 고객의 투자 책임이 0%였던 사례가 전무했습니다. 역대 최초로 소비자 피해를 전액 물어주게 된 것인데요. DLF 사태 때도 최고 배상 비율은 80%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배상 결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와 관련한 책임이 판매사에만 과도하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물론 금융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판매사에 있을 수 있지만,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 너무 등한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투자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있다는 원칙'이 깨지게 된 모양새"라며 "향후 시장 질서의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투자자 책임의 원칙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판매사 전액 배상이 이뤄진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 손실이 생길 때마다 사사건건 갈등 비용을 치러야 하는 역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사들이 배상을 수용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통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6월부터 지속적으로 판매사들에게 라임 펀드 피해배상 권고안 수용을 촉구해왔습니다. 지난 25일 임원회의에도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이번 조정안을 수락함으로써 고객과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또다시 판매사들을 압박했습니다. 특히, 판매사들이 거부할 경우 이들의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나오면서 판매사들이 '백기 투항'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수용은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의 명분으로 이뤄졌지만, 향후 펀드 사고 발생 시 100% 원금을 반환하라는 요구가 반복될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하네요.
◆ "아니길 바랐는데…." 준3단계 격상에 외식업계 곡소리
-마지막으로 외식업계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정부가 주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던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일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수도권은 30일부터 9월 6일까지 준3단계를 시행하기로 했는데요. 외식업계에는 어떤 조치가 내려지나요?
-수도권에 소재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등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허용됩니다. 또한 해당 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관리, 시설 내 테이블 간 2m(최소 1m) 유지 등의 핵심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후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외식업계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네. 식사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식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같은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직접적인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업체들은 정부 지침이 속보로 전해진 후 긴급회의에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발표 후 시행이 바로 이어진 만큼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반응은 어땠나요?
-굵직한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도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었기 때문에 이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대책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의 경우 24시간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불가능해지면 매출 감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또한 규모가 작은 업체의 경우에는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네. 특히 규모가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내점 고객 매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크다고 하는데요. 테이블 간 거리를 늘리면서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없어 타격이 큰 데다, 주점 같은 경우는 '밤 장사'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커피전문점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커피빈, 파스쿠찌, 이디야 등은 이미 배달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내점 고객 대상 매출 비중이 큰 만큼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데요. 방역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고민이 크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업계의 불황도 길어지고 있어 우려가 큰데요.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만큼 이같은 조치가 길어지지 않도록 신규확진자수가 감소하길 바라겠습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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