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카니발, 미니밴·대형 SUV 장점 두루 갖춘 '바퀴달린 집'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기아자동차(기아차)의 대표 볼륨 모델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니밴 '카니발'이 6년 만에 4세대 모델로 새롭게 태어났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완성차 제조사마다 신차를 발표할 때면 '첫인상'을 잘 심어두기 위해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특히, 그 주인공이 자사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라면 그 정성은 상당하다.
'카니발'이라는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유일 미니밴이라는 상징성만큼이나 해당 모델이 기아차 국내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실제로 카니발은 지난해 연간 누계 판매량 3만9354대를 기록하며 전 라인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사전계약 첫날 단 하루에 2만3006대의 계약 건수를 기록, 완성차 산업 역사상 최단 시간·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998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22년 동안 누적 100만 대 판매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국민차' 대열에 오른 모델이기에 카니발의 변신을 기다려 온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과연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는 '물건'이 나왔을까.
4세대 카니발을 타고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에서 경기도 남양주를 왕복하는 약 80km를 달려봤다.
이번 새 모델의 특징을 꼽자면 단연 디자인의 변화다.
사실 기아차뿐만 아니라 다수 완성차 제조사에서 디자인 요소를 강조할 때 동원하는 각종 미사여구와 생소하다 못해 어렵게 느껴지는 각종 부품명이 쉽게 와닿지 않는 예비 소비자들도 많을 것이다. "심포닉 아키텍처 라디에이터 그릴이 웅장한 전면부를 표현하고, 날렵함이 느껴지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 C필러의 입체 패턴 크롬 가니쉬 등이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식의 묘사랄까.
차량을 실제로 봤을 때 느껴지는 첫인상은 '대형 SUV를 표방한 미니밴'이다. 과거 전작들이 승합차 DNA를 지우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해드램프 사이 위아래로 깊게 마름모 모양의 그물망 형태로 디자인된 그릴을 비롯해 차체의 실루엣 등 SUV 색채가 더 강하다. 정면이나 전면 45도 각도에서 차를 바라보면, 지프 그랜드 체로키나 링컨 대형 SUV 내비게이터를 떠올리게 한다.
옆태 역시 마찬가지다. 4세대 카니발의 C필러(뒷좌석과 뒷유리 사이의 기둥) 디자인은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포드 '익스플로러' 등 북미형 대형 SUV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것과 매우 닮았다. '트래버스'의 실물을 봤을 때 '미니밴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던 걸 보면, 5m가 넘는 대형 세그먼트에서 SUV, 미니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외장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실내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탁 트인 개방감이 인상적이다. 특히, 기아차 최초로 적용한 12.3인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고급 세단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기아차가 출시 전부터 강조해왔던 2열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7인승 기준)는 앞과 뒤 움직임은 물론 다리를 지탱하는 레그 서포트 등이 모두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다. 마치 안마의자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다. 장거리 주행에 필수적인 요소인 무릎공간 역시 넉넉하다. 특히, 3열 공간의 경우 신장 180cm인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주먹 하나가 들어갈 만큼의 무릎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3열 시트의 경우 앞서 카니발 리무진 모델과 마찬가지로 바닥 아래로 완벽하게 접히는 싱킹 시트를 적용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광명 소하리 공장을 현장 방문한 송호성 기아차 사장이 3열 시트를 접어 넣은 트렁크 공간에 앉아 차량을 살피는 사진이 눈길을 끌었는데, 실제 시트를 접어 넣었을 때 제공되는 실내 공간은 일반 수납의 역할을 넘어 차박 또는 차크닉(차+피크닉)을 즐기기에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날 시승행사에서 기아차는 전시 차량을 통해 차크닉 환경을 재연했다. 미니 테이블과 쿠션, 피크닉 바구니를 모두 수납한 상태에서도 성인 2명이 넉넉하게 맞주 앉을 수 있는 만큼의 공간이 조성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부재는 아쉬움을 넘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측방 모니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빼곡히 탑재했음에도 앞서 출시한 신형 쏘렌토에는 적용한 HUD가 빠진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행 성능을 살펴보면, 이날 시승 차량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 등의 성능을 발휘하는 스마트스트림 2.2 디젤 엔진이 적용된 7인승 모델이다. 신형 쏘렌토 디젤 모델에 적용된 것과 같은 엔진으로 시속 120km까지 가속에 막힘이 없고, 제동력도 만족스럽다. 다만, 추월을 할 때 치고 나가는 순발력 부분에서는 다소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전장만 5155m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를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실내 소음은 '조용하다'는 표현보다 '적당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수준이다.
연비는 평균 시속 80~90km를 유지, 가속과 감속을 한 채 편도 약 40km 구간을 주행했을 때 공인연비(13.1km/ℓ)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 시속 120~130km로 고속주행을 반복하고 급가속·제동 횟수가 늘어난 나머지 편도 구간에서는 ℓ당 11km의 연비를 보였다.
4세대 카니발의 판매 가격은 7인승은 가솔린 모델 △노블레스 3824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 디젤 모델은 118만 원 추가) △시그니처 4236만 원이다. 9인승·11인승 가솔린 모델 △프레스티지 3160만 원(9인승 이상 개별소비세 비과세 대상, 디젤 모델은 120만 원 추가) △노블레스 3590만 원 △시그니처 3985만 원이다.
이번 시승행사에서 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신형 카니발이 (국내 시장에서) 팰리세이드와 경쟁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팰리세이드의 판매 가격이 3573만~5563만 원대라는 점, 공간 활용성에선 경쟁 상대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차량을 선택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4세대 카니발이 기존 대형 SUV보다 어쩌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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