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전세 불안 송구하다면서도 통계 '탓'
[더팩트|윤정원 기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전월세 전환율 하향 카드를 내놨다. 집주인들은 개인 간 거래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면서 맞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월세 전환 추세를 막기 위해 월차임 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월차임 전환율은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계약을 바꾸고자 할 때 낮춰진 보증금에 대해 월세를 책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 임대인들이 임차인들에게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새로운 기준을 올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며, 이전에 성사된 계약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서 법 시행 전 가격을 올리려는 경우가 생겨났고, 기존 임차인들이 기존 계약을 그대로 갱신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매물이 귀해져 전세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난 6월부터 전세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는 등 불안요인이 있었다면서 사과했다. 홍 부총리는 "전세 시장은 6월 이후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는 등 불안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새로운 집을 구하는 분들에게는 최근 전세가격 상승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정책의 긍정효과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입장도 덧댔다.
홍 부총리는 "현행 전세통계는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다. 계약갱신을 한 임차가구는 별도의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안정효과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전환율 하향 대책이 결국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데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품귀 현상이 일어나 가격 상승장을 만든 정부가 이제와 선심쓰듯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마포구 소재 아파트에 임차인을 두고 있는 전세업자 L씨는 "최근 금리의 압박과 규제로 전세를 주는 것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어 임차인에게 반전세 전환을 요구했다"면서 "임차인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규제로 인해 사정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다. 전환율을 낮추겠다고 하니 고민은 되지만 전세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나아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대인 P씨는 "임차인에게 반전세 전환을 요구했는데, 월세 부담감을 나타냈다. 방을 빼겠다는 의중도 비쳤다"면서 "아쉽긴 하지만 임차인이 나가면 전세금을 올려서 전세를 주던지 애초에 반전세 임차인을 구할 예정이다. 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차인들도 전환율 하향은 환영할 일이지만, 애초에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 자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동대문구에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J씨는 "전세로 목돈을 묶어 놓고 저축과 개인투자로 자금을 모아 평수를 넓힌 전세나 청약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집주인에게 반전세 전환 요구를 받았다"면서 "전세금 5억 원 중 3억 원을 빼준다고 하는데 어차피 전세대출을 갚는 데 써야 하고, 대출이자보다 비싼 월세 100만 원을 부담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벌써부터 임대인들 사이에서 전세금 상승기류가 감지되고, 임차인들도 나름대로 월세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전문가들도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반전세 전환 요구 등으로 인해) 당사자들 간 다툼의 소지가 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선별적으로 고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여기에 매물 자체도 크게 줄 가능성도 있어, 세입자를 위한 대책이 오히려 세입자들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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