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중간제품 세금 면세해달라" 한목소리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가 세금 납부 기한의 추가 유예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한 차례 정유사의 유류세 납부 기한을 유예했으나 5월 분 납부가 예정된 8월에도 시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자 납부 기간을 추가로 유예하거나 면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지난달 말 유류세와 석유수입 및 판매부과금의 4월분과 7월분을 동시에 납부했다. 4월분을 7월에 납부한 것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유예 지원방안'에 따라 올해 4월, 5월, 6월분 세금을 각각 7월, 8월, 9월로 기한을 연장해준데 따른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정유4사가 올해 1분기 총 4조4000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업황과 유가 동향, 제품 가격과 스프레드를 고려했을 때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정유업계의 세금에 대한 지속적인 정부 지원 호소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현재 악화된 정유업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유예 기간을 마련해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 지난 2014년부터 생산공정용 석유중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의 조건부 면세 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으나 이뤄지진 않았다.
그러나 올해 정유업계는 더욱 강도 높은 면세 요청을 이어갈 방침이다. 1분기 무더기 적자에 이어 2분기도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모든 정유사에서 적자가 유력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정유업계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또다시 중간 제품과 관련된 세금 납부 유예 기한을 추가로 늘리거나 부분적 면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정유4사는 올해 상반기 총 적자가 1분기 총 4조4000억 원, 2분기 8000억 원에서 1조 원 대로 상반기 동안 총 5조 원에 육박하는 반기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잎서 실적을 공시한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상반기에 1조2061억 원, 2조2149억 원의 반기 적자를 냈으며, GS칼텍스도 상반기 합계 약 1조2000억 원 대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분기 유일한 분기 흑자(132억 원)를 낸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 5632억 원의 적자로 5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특히 정유사들이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거듭되고 있는 불황기에는 원유 대신 중유를 사용하는 만큼 중간제품을 활용한 원가 절감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2분기 흑자를 낸 현대오일뱅크도 가격이 싼 남미초중질유를 들여오면서 수익성 개선에 일부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편 정유4사는 올해 2분기 상반기 전체적인 적자 기조가 이어졌으나 1분기 대비로는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면서 하반기 원가 절감 노력 등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다만 정유사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정제마진이 7월 초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된 후 4주 내내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가 돼야 정유사가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재 시황이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수익성 회복 여부는 미지수로 관측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점진적인 수요 회복세는 전망되고 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중간제품에 과세를 진행하는 국내 정유사에게 세금 부담이 크게 다가오고 있다"며 "석유수입이나 판매부과금에 대한 세금 납부 기한이 추가로 유예되거나 한시적인 면세 등 지원책이 작용되면 수익성 악화를 겪는 정유사의 유동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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