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이사장,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개시심판 청구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의 성년후견감독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결정이 정상적인 판단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조희경 이사장의 주장이다.
앞서 조현범 사장이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형과 누나들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조희경 이사장의 법원 청구에 따라 형제간 경영권 분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은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개시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조희경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이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고 했다.
이어 "조 회장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평소 조 회장의 신념을 지키고 더 많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객관적 판단을 받고자 한다"라고 성년후견감독인 청구 이유를 밝혔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부를 매각했는데, 그 직전까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면서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의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의 승계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라며 "기업 총수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밀실에서 몰래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양래 회장의 후견인 후보자로 법원에서 선임한 공정하고 능력 있는 제3자가 선임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 관계자는 <더팩트>에 "조 이사장이 법원에 성년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한 사실을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라며 말을 아꼈다.
조양래 회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조현범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42.9%를 보유하면서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19.32%)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과 차녀 조희원 씨는 각각 0.83%, 10.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범 사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자 형제간 경영권 분쟁 우려가 제기됐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대주주만 바뀌었을 뿐 다른 경영상 변화는 전혀 없다"라고 수습했다.
그러나 이번에 조희경 이사장이 법원에 성년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한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전망되고 있다.
형 조현식 부회장과 두 누나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30.97%로 조현범 사장보다 적다. 다만 조현범 사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조현범 사장은 납품업체로부터 매달 수백만 원씩 총 6억1500만 원가량을 받고 관계사 자금 2억63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직에 물러나 2심 재판에 집중하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영진은 회사 경영이 불가능하다. 조현범 사장의 재판 결과가 경영권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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