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압박·리스크 관리 실패 등 어깨 무거워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가입고객에 대한 선지원 안건 결정을 결국 유보했다. 특히 최근 옵티머스 펀드 판매가 시작부터 사기였다는 것이 드러나며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보상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전날 이사회를 통해 내놓기로 한 옵티머스 펀드 관련 선지원 안건 결정을 유보했다.
NH투자증권은 "이사회에서 장기적인 경영관점에서 좀 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했다"며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해당 안건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같은날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중간 검사 결과가 나왔다. 금감원은 검사 도중 다수의 불법행위를 포착했다며 사실상 '금융사기'로 단정지었다. 옵티머스가 펀드 자금을 애초부터 부동산과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목적이었음에도 투자제안서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투자금이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된다고 투자자를 오인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NH투자증권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금감원은 현재 NH투자증권의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민법 제109조인 '착오로 인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명백하게 옵티머스의 사기에 의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간 것이라면 '100% 배상' 귀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약 금감원이 최종적으로 '금융 사기'라고 판단할 경우, '착오' 혹은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에 의해 전액 배상으로 결정될 수 있다.
반면 100% 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라임 사태)때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금감원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관련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사상 최초 '원금 전액 배상'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라임 사태의 경우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자를 속인 정황이 포착됐다. 즉 라임의 무역금융펀드는 고객 계약 시점에 이미 손실이 난 해외펀드에 투자했던 것이어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따라서 계약시점 이전에 잘못이 발생했느냐가 관건인데, 옵티머스는 계약 시점 이후에 운용사에서 다른 자산에 투자한 것이 문제가 된 경우다. '사기에 인한 계약취소'역시 판매사가 판매 이전부터 옵티머스의 사기행각을 알고 있었어야 성립이 가능하다.
배상 여부에 대해 금감원 역시 아직은 단정적으로 '전액 배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7일 금융범죄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자원금 전액 보상 조치를 다른 부실 사모펀드에는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여전히 높은 비율의 보상안 결정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기에 대해) 몰랐다고 할지라도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안전한 펀드라고 설명해 판매 했으며, 이에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소 70%이상의 투자액을 돌려달라 요구해온 투자자들은 이번 NH투자증권의 선지급 결정 유보에 대해 답답함을 나타내는 한편 압박수위를 높인다는 입장이다. 한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는 "로펌을 선정해 법적 검토와 소송 착수를 논의하고,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도 시위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사회가 진행된 23일에도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사기판매'를 규탄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선지원 결정을 두고 더욱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높은 비율로 보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라임사태 때와 다르게 옵티머스의 경우 자산의 상당 부분 회수가 어려운데다 운용사에 대해 향후 구상권 청구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대판매사라는 타이틀상 많이 판매한 것에 책임을 지긴 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고해서 보상에 대해 미온적으로 나오면 고객 신뢰를 잃는 등 향후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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