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KB·DB, 네이버와 협의 중 "플랫폼 파워 무시 못 해"
[더팩트│황원영 기자] 보험업에 진출한 IT 공룡 네이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오는 9월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하면서 11%에 이르는 수수료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수수료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주요 손해보험사(손보사)들은 네이버와 협상에 나섰다. 네이버가 보유한 플랫폼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그 힘을 빌려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등장으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에 지각변동이 일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은 네이버파이낸셜 자회사 'NF보험서비스'와 자동차보험 판매 계약을 논의 중이다. NF보험서비스는 자동차보험 인터넷가입 상품의 가격을 비교해주는 서비스(다이렉트 자동차보험)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손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생명보험협회가 제공하는 '보험다모아' 서비스와 유사하다. 보험다모아는 지난 2015년 개설한 사이트로 보험사의 온라인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공익적 사이트다. 수수료가 없고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음에도 접근성이 떨어져 대중화되지 못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각 보험사에 신규 계약 성사 수수료로 11%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보험설계사가 전화마케팅(TM)으로 받는 수수료율 보다 높은 수준이다. TM에 따르는 수수료율은 최소 5%에서 최대 10%에 그친다. 각사가 직접 운영하는 다이렉트 상품의 경우 수수료가 없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과도한 수수료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수수료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보험설계사처럼 상품 컨설팅이나 일대일 판매를 진행하지 않고 단순 중개만으로 11%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건 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미 보험다모아 등 비슷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것은 혁신 서비스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시장 17조 원 중 21%가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서 유입됐다. 네이버가 시장을 장악해 11%의 수수료를 챙긴다면 단순 계산했을 때 연간 35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
수수료율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높은 수수료율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최대 장점인 가격 경쟁력이 악화된다. 보험료가 높아지면 소비자가 이탈해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11%로 정해진 수수료율이 향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보험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후 광고료 명목 등으로 실질 수수료를 더 올릴 수 있어서다. 지배력이 강화된 이후에는 손보사들이 이를 거부하기도 힘들어진다.
반면, 과다 수수료 논란에도 주요 손보사들은 네이버와 손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가진 플랫폼의 영향력이 막강한만큼 이를 활용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손보사는 외부 법인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12~14%)보다는 NF보험서비스의 수수료가 더 낮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토스나 보맵 등 기존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보험사로부터 받고 있는 수수료는 1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손보사들은 네이버가 가진 강력한 영향력을 고려할 경우 11%의 수수료가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손보사들은 NF보험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영업에 돌입할 경우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절대 강자인 삼성화재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사이버마케팅(CM)채널 전용 상품을 출시한 후 다이렉트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화재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50∼60%에 이른다. 네이버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삼성화재 다이렉트 고객을 타사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화재는 네이버 제휴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공룡인 네이버가 보험업에 진출하는 만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네이버 지배력이 강화돼 보험사들의 견적 서비스 등이 NF보험서비스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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