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브랜드 시장점유율 70%…국내 브랜드 '철옹성' 깰까
[더팩트|문수연 기자]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지난해 3조 원대까지 커지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는 '펫푸드'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국내 업체들의 도전도 진행형이다.
'펫푸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업체들이 전체 점유율의 70%를 차지하는 수입브랜드의 높은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반려동물 시장규모 확대…펫푸드 사업 진출 활발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 원으로, 2012년 2500억 원, 2015년 7300억 원, 2019년 1조1914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식품기업들은 펫푸드 관련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동원F&B는 지난달 '뉴트리플랜 모이스트루 주식'을 출시하며 반려견 습식시장에 진출했다. AAFCO(미국사료관리협회)의 기준에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지난해 국내 최초로 AAFCO 기준에 부합하는 반려묘 주식 습식사료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반려견용까지 내놓으며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한 지난달 펫 전문몰 '츄츄닷컴'을 오픈하고 반려동물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동원F&B는 기존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동원몰'을 통해 펫푸드를 판매해왔으나,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펫 전문 온라인몰에 대한 니즈가 증가했고, 이에 별도의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한국야쿠르트도 지난달 5월 펫 브랜드 '잇츠온펫츠'를 론칭하며 펫푸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달에는 반려동물 영양간식 '잇츠온펫츠 펫쿠르트'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외에도 지난 2013년 펫푸드 전문 브랜드 '아미오'를 론칭한 풀무원은 합성첨가물은 일체 넣지 않고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유기농급 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고, 지난 2017년 '하림펫푸드'를 계열사로 분사하고 펫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 펫푸드 시장 커지지만 수입브랜드 장벽 높아
유로모니터는 올해 국내 펫케어 시장이 펫푸드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수입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높은 시장 점유율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에서 수입업체들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수입브랜드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철수한 기업도 있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펫푸드 브랜드 'CJ 오 프레시'와 '오 네이쳐'를 론칭했으나 지난해 펫푸드 사업을 포기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사료사업 매출액은 총 2조 원이지만, 이 중 펫푸드 사업 매출은 100억 원대로 전체의 0.5%에 그쳤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펫푸드 사업을 오랜 시간 끌고 가고 있었으나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빙그레 역시 지난 2018년 반려동물 전용 우유인 '펫밀크'를 출시하며 펫푸드 사업에 진출했으나 지난해 철수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시장에 진출해보니 예상보다 성과를 크게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의 펫푸드 시장 안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사료는 대부분 동물병원에서 추천을 해주는데, 해외업체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끈끈하다 보니 마진을 위해 국산 사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기업들은 마트에서 판매할 수밖에 없어 판매량이 낮다. 국내기업의 펫푸드 사업이 확장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펫푸드 시장은 향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업체가 펫푸드 시장에서 강자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수입브랜드 제품들이 시장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데, 펫푸드는 소비자 선택이 엄격한 시장이라 쉽지 않을 듯하다"라고 전망했다.
◆ "성장 가능성 있다" 높은 진입장벽에도 펫푸드 사업에 투자
현재 펫푸드 사업을 전개 중인 기업들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동원F&B는 2014년 펫푸드 사업에 진출하며 2020년까지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200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림펫푸드 역시 매출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2018년 80억 원, 2019년 78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높은 장벽에도 국내 기업들의 펫푸드 시장 진출이 이어지는 데는 시장 전망성과 경쟁력을 갖춘 제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한몫을 차지한다. 실제 지난 농림축산식품부와 신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2조30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5조8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시장이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인 만큼 기술력을 앞세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원F&B 관계자는 "펫푸드 브랜드를 론칭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기술력 부분에서는 결코 수입업체에 뒤쳐지지 않는다"라며 "현재 국내 펫푸드 시장에서 수입브랜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술력도 세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꾸준히 투자하다 보면 시장에서의 지위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림 관계자는 "펫푸드가 쉬운 카테고리는 아니지만 국산 사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매출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간식, 습식사료 카테고리를 확장할 예정이며, 제조시설 확충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야쿠르트 역시 자사 제조 기술력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한국약쿠르트 관계자는 "펫푸드 시장에서 사료 부문은 수입브랜드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프로바이오틱스 기술력을 앞세운 영양간식으로 방향성을 다르게 설정해 차별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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