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남양유업 올린 사과문 오히려 분노에 기름 부은 격…불매운동 다시 번지나
[더팩트 | 정리=황원영 기자] -4월 말부터 이어진 황금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됐습니다. 봄나들이를 떠났던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6일 일터에 복귀했는데요, 이날 경제계에서는 특급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재계 넘버원 삼성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파격 선언'입니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1983년 고 이병철 회장의 '도쿄 선언',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이은 새로운 비전 선포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사과문을 또 발표한 기업이 있습니다. 경쟁사 비방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입니다. 앞서 갑질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남양유업은 이번에도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습니다.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새 직장에 출근하게 됐습니다. 흥국생명 부회장에 선임돼 경영활동을 재개한 것인데요, 30년 넘게 신한금융그룹에 몸담았던 '정통 신한맨' 위 신임 부회장이 흥국생명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지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주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고소장까지 제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 "파장 클 것"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에 재계 '들썩'
-우선 재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6일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직접 사과했는데요. 10분 남짓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이 부회장의 발언이 불러올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날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이재용 부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만큼 취재 열기가 뜨거웠을 것 같은데요.
-기자회견이 진행된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취재진 뿐 아니라 삼성 계열사 직원들도 모일 만큼 큰 관심을 받았죠.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근본적으로 승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생기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약속드린다"며 "또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이 예상보다 더 파격적이었다는 평가가 있던데요.
-맞습니다.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모두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현안이라는 점에서 당초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죠. 10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이었지만, 사과가 실제 재판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메시지는 큰 틀에서 '새로운 삼성'이 되겠다는 것인데, 앞으로 삼성의 경영·사업 활동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네요. 4세 경영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면서요.
-이재용 부회장은 3대를 이어져 내려온 삼성의 오너 경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한국 기업사의 상징이기도 한 삼성의 총수인 이 부회장이 직접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재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투자와 고용 등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되길 원하는 이들은 이 부회장의 판단에 우려를 표하고 있죠.
-다른 기업들이 난감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던데요.
-현대차·SK·LG·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 재벌이 오너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으로 인해 기업 경영과 지배의 분리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입니다. 그동안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의 세습 등 재벌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부각돼 왔던 터라 더더욱 고민이 될 테죠.
-다른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조심스럽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발표 후 지난 8일 자녀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생각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일단 최 회장은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했죠. 다른 기업의 관계자들도 "현 단계에서 무슨 입장이 있을 수 없고,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인데요. 분명한 건 재계 안팎에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는 분명히 감지되고 있습니다.
◆ 남양유업, '경쟁사 비방 논란'만 벌써 세 번째…불매운동 재점화
-유통업계에서 또다시 불미스러운 소식이 들리네요. 남양유업이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던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요. 하필 또 남양유업이라 비난이 더욱 뜨거웠습니다.
-네.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해 남양유업 팀장 3명, 홍보대행사 대표, 직원 등 7명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2013년에도 경쟁사 흠집내기로 구설에 올랐던 데 이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어떤 댓글을 달았길래 홍원식 회장까지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일까요?
-"매일유업에 원유를 납품하는 유기농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이다."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매일유업에서 나온 유기농 우유의 성분이 의심된다. 아이에게 먹인 걸 후회한다"는 내용의 글이 지난해 3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매일유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황당했을 것 같은데요. 매일유업에서는 어떻게 남양유업 측에서 올린 글이라는 걸 알게 됐나요?
-매일유업은 지난해 4월 온라인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하다 비상식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4개의 아이디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매일유업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A가 질문을 하면 B가 답글을 다는 식인데요. 또 다른 카페에서는 같은 내용을 B가 질문하고 A가 답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A, B가 여러 지역 카페에 중복으로 가입돼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이에 남양유업이 해당 아이디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는데 남양유업이 동원한 홍보대행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거죠.
-이 사실만으로도 놀랍지만 누리꾼들은 남양유업이 올린 사과문 때문에 더욱 분노하고 있던데요.
-네. 남양유업은 논란이 되고 있는 '댓글 조작'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오히려 경쟁사의 목장이 원전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또 잘못을 홍보대행사에 떠넘기려는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입건된 후에도 매일유업 측에 어떠한 연락이나 사과도 없었다고 하네요.
-누리꾼들이 불매운동을 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하던데요.
-네. 그동안 남양유업이 수차례 빚은 물의로 인해 불매운동이 여러 번 일어났었는데요. 이번 논란으로 인해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다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일어났던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떨어지자 남양유업은 상표를 교묘하게 가리고, TV 광고, 디저트 카페 '백미당'에도 남양 로고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남양F&B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처에도 거듭된 논란으로 인해 수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 '정통 신한맨' 위성호 흥국생명 신임 부회장, 신한금융 회장 도전은 진행형?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금융권에 깜짝 컴백했다면서요.
-네,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지난 4일 흥국생명 부회장에 선임되며 경영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위성호 부회장은 흥국생명의 경영 자문역할을 할 것"이라며 "보험을 포함한 금융산업에 여러 위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금융업계 경험이 많은 분을 영입한 것으로 안다"고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흥국생명 내에 부회장 직함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위성호 부회장은 미래경영협의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경영 자문 역할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업계는 흥국생명 외에 다른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경영 자문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를 두고 금융권은 '깜짝 인사'라는 평을 보내고 있죠.
-위성호 부회장이 '신한'을 떠나 다른 곳에 몸담은 것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위 부회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30년 넘게 신한금융에서 일한 '전통 신한맨'입니다. 신한은행장으로 역임하다 지난 2018년 말 퇴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리딩뱅크의 은행장까지 역임한 그가 중소보험사의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위성호 부회장이 다시 신한금융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데요.
-그렇습니다.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마다 비은행 부문의 이익을 증대를 꾀하고 있는데요. 흥국생명에서 비은행 부문의 경영 역량을 증명한 후 신한금융 지주 회장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흥국생명 자문을 통해 비금융 계열사 전반적으로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향후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눈여겨볼 듯합니다. 특히 경쟁자였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채용비리 관여한 혐의로 2심 재판이 진행중인데 최종 결과에 따라 위성호 부회장의 재등판 여부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나왔을 경우에는 지난 3월 연임 확정은 불투명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3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물론 당사자인 위성호 부회장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결국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장을 거친 위성호 부회장의 신한금융 회장 도전은 끝나지 않은 셈인가요. 늘 앞서 나간 경쟁자 조용병 회장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보입니다.
◆ 반포3주구 공모 의혹…대우건설, 삼성물산‧조합장 고소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지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반포3주구는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곳인데요. 수주 경쟁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경찰에 고소장까지 제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쟁이 과열된 점은 이해하지만 고소장까지 등장했다니요?
-대우건설은 지난 7일 삼성물산과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 한형기 씨를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삼성물산과 한 씨가 공모해 허위 사실을 송출 및 유포했다는 이유에선데요. 대우건설은 삼성물산과 한 씨가 대우건설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반포3주구 수주 업무를 방해했다며 수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클린수주'를 주창해 온 삼성물산이 조합장과 공모했다니 아이러니하네요. 이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가 있나요?
-대우건설은 한 씨와 삼성물산이 시공사 입찰 전부터 모종의 관계를 맺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씨가 삼성물산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오며 대책회의를 해왔다고 공표한 녹취 동영상과 조합원들을 상대로 보낸 대우건설을 폄하하는 메시지 등을 확보한 상태라고 합니다.
-삼성물산 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삼성물산에서는 한 씨와 자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한 씨가 "삼성을 내가 데려왔으니까"라는 언급이 있는데요. 삼성물산 측은 자사가 조합장 한 사람의 주도로 8000억 원 넘는 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사업성 및 리스크 등을 모두 고려하고 수주전에 참여했는데, 조합장 한 명이 삼성물산을 휘둘렀다는 이야기가 도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거죠.
-삼성물산의 반응에 대해 대우건설은 어떤 견해를 보이고 있나요?
-대우건설은 명백한 증거가 많기 때문에 한 씨 및 삼성물산의 혐의는 무조건 인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씨가 삼성물산을 데려왔다고 이야기한 상황에 삼성물산이 가만히 있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하고요. 한 씨의 말이 거짓이라면 삼성물산도 한 씨를 상대로 고소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견해입니다.
-그것도 말이 되네요. 삼성물산은 왜 한 씨를 가만히 두는 거죠?
-삼성물산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한 씨가 삼성물산을 반포3주구 사업지에 들였다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되는 데다, 실상 한 씨가 삼성물산 측에 해를 끼친 부분은 없으므로 일을 크게 만들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하더라고요.
-대우건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니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이에 대우건설 관계자는 "도둑질해서 우리집에 가져다주면 그냥 가져도 되는가. 행위가 불법이면 회사에 이익이 되더라도 문제제기를 하는 게 기업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삼성물산에서는 대우건설의 고소와 관련해 추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나요?
-삼성물산은 아직 경찰로부터 받은 연락이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지 못할지는 모르겠으나 향후 만일 수사가 진행된다면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하네요.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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