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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열기는 했는데…" 항공업계, 수요 확보 여전히 '난항'
코로나19 여파로 닫혔던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이덕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닫혔던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이덕인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일부 노선 재개…수요 회복 어려운데 손해 어쩌나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닫혔던 하늘길이 일부 항공사들을 기점으로 조금씩 열리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여전하지만 베트남, 대만 등 '코로나 퇴치' 선언을 하는 국가가 나오고 있고, 억눌린 여행 욕구가 고개를 들면서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실상 여객 수요가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사들의 느끼는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비행기를 띄울수록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 달 1일부터 총 110개 국제선 노선 가운데 32개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미주 노선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운항 중단한 미국 워싱턴,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 토론토 노선의 운항을 50일 만에 재개한다. 또 감편했던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애틀란타 노선의 운항 횟수도 늘린다.

유럽은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며 동남아시아의 경우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싱가포르, 미얀마 양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노선에 다시 비행기를 띄운다. 동북아시아는 상하이 푸동, 베이징, 타이베이 등 10개 노선을 다시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부터 중단했던 인천~샌프란시스코, 인천~나리타 노선의 운항을 이달부터 재개했으며 내달 운항 계획을 검토 중이다.

외항사들도 속속 한국을 비롯한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고 나섰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따라 위해 모든 항공편의 운항이 중단됐던 터키항공은 내달부터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등 19개국을 오가는 비행기를 다시 띄운다.

미국 델타항공은 뉴욕발 텔아비브행 여객기 운항을 8일부터 재개하고 내달 2일부터는 뉴욕과 산토도밍고 등을 잇는 비행기를 잇달아 띄울 계획이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완화 이후 여객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미리 노선을 풀어놓고, 늘어나는 항공 화물 공급량을 확대하려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객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제적 대응의 일환"이라면서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항공사들은 수요 증가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여객 수요가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항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 중구 백운산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하늘을 날아야 할 많은 항공기가 멈춰있다. /이덕인 기자
항공사들은 수요 증가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여객 수요가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항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 중구 백운산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하늘을 날아야 할 많은 항공기가 멈춰있다. /이덕인 기자

다만, 여객 수요는 해외 방역 상황과 연관된 만큼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국내 항공사 9곳의 국제선 누적 여객 수(출발·도착)는 10만662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495만7670명)과 비교했을 때 97.8% 줄어든 수치다. 3월 국제선 여객 수가 전년 대비 92%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항공수요 악화가 더욱 두드러진 셈이다.

또한 일부 LCC들은 올 여름부터 가까운 일본 노선을 시작으로 운항 재개를 검토해왔지만 일본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2분기까지는 국제선 노선의 운항 정상화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성수기인 3분기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개학 연기에 따른 방학일수 감소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행기를 한 번 띄우는데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 항공사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제기되는 중이다. 수요 회복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빈 비행기를 띄우는 것보단 운항을 중단하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항공업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진정됐다고 하지만, 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백신이 생산되기 전까지는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 백신 개발과 생산은 적어도 12개월에서 18개월가량 걸린다. 항공 수요는 백신이 유통되기 전까지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조종사들의 자격 유지 등을 고려했을 때 비행기를 띄우는 게 맞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손실만 늘리는 선택인 게 사실"이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 항공업계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모든 국적항공사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이 올 1분기 2000억 원 내외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는 대한항공의 전략으로 1분기 화물 운송량이 소폭 늘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요 매출원인 국제선을 90% 이상 중단한 것이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분기 3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일본 수요 급감으로 타격을 받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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