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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코로나 100일②] 식품 업계 '웃고' 화장품 업계 '울고'

  • 경제 | 2020-05-01 00:00
지난 2~3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외식 수요가 크게 줄면서 라면과 생수, 가정간편식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문수연 기자
지난 2~3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외식 수요가 크게 줄면서 라면과 생수, 가정간편식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문수연 기자

코로나 확산세 '주춤'…업계 "2분기 소비심리 살아나길 바랄 뿐"

[더팩트|문수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4월 28일)가 나온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할퀸 '코로나 사태' 이후 국민들의 일상은 물론 유통 업계의 분위기도 180도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가정 간편식을 생산하는 식품업계는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지만, 관광객 수요 비중이 컸던 화장품업계는 소비 절벽에 직면했다.

업계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여전히 우려 심리가 남아 있다.

◆ 생수·라면·가정간편식 수요 급증…식품업계 실적 '고공행진'

코로나19 사태로 식품업계는 되려 때 아닌 '특수'를 맞았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들의 개학이 연기되고, 기업들이 앞다퉈 재택근무를 확대 시행하는 등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최근 2개월여 동안 생필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생필품 가운데 식품 특히 라면을 비롯한 가정간편식(HMR)의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4%가 늘었다.

식음료 제품을 생산하는 관련 기업의 매출 역시 크게 성장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0억 원 이상 늘어난 400억 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도 같은 기간 37%가량 늘어난 2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농심 관계자는 "모든 제품이 전반적으로 매출이 늘었는데, 라면이 제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었다. 2~3월 출고량 기준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다. 스낵은 5~10% 상승했다. 생수는 업계 1~3위인 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 모두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1분기 실적 공시는 아직이지만 추정치가 대략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HMR 대표 기업 CJ제일제당 역시 1분기 23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30%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며, 동원F&B도 2.3%늘어난 35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실적 전망과 관련해 이들 업계는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2분기 매출 성장세는 더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과 생수 등 다수 식음료 제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길다. 이미 1분기 수요가 예년대비 급장한 만큼 2분기는 전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조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비교해 코로나19 확산세가 뒤늦게 이어진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국내 시장에서라도 위축된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대규모 뷰티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시코르 제공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대규모 뷰티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시코르 제공

◆ '직격탄' 맞은 화장품 업계, 소비심리 불씨 살리기 총력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높았던 화장품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핵심 유통 채널로 꼽히는 백화점, 면세점 업계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지면서 화장품 업계의 실적도 내리막 곡선을 그렸다.

사실 화장품 업계의 면세점 의존도는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면세점 내 화장품 매출 규모는 지난 2016년 50%(12조5000억 원), 2018년 60%(19조4000억 원), 2019년 65%(24조8600억 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 여객 수요가 실종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달라진 시장 분위기는 기업별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면세점과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전체적으로 줄면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1조2793억 원, 영업이익은 67% 감소한 679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 부문 매출도 28% 줄어든 3739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3456억 원을 기록했다. 유럽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매장이 휴점하면서 내수 수요 저하로 7% 감소한 5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실적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및 음료사업 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역대 1분기 최대 매출 1조 8964억 원, 영업이익 3337억 원을 기록했지만, 화장품 사업은 중국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4% 줄어든 1조665억 원, 영업이익은 10.0% 감소한 2215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늘어난 야외활동으로 인해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직격탄을 맞은 만큼 2분기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럽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2분기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휴점했던 매장을 개점하는 등 중국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기대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큰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온라인 시장 공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미국은 온라인 시장 매출이 많이 늘고 있다. 북미는 오히려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2분기 사업환경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등 세 개 사업부로 이어진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시장에 유연히 대응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 감소에 따른 실적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외활동이 늘고 있는 만큼 백화점을 중심으로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백화점 업계는 보상 소비를 겨냥해 대규모 화장품 할인 행사를 기획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5일까지 황금연휴 최대 6일간 총 40개 화장품 브랜드가 참여하는 '코스메틱 페어'를 전국 점포에서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5월 한 달간 'K뷰티 페어'를 연다. 헉슬리, 파뮤, 콜레트, 라곰, 정샘물 등 100개의 브랜드가 참여한다.

시코르 관계자는 "5월을 맞아 화사한 분위기를 선사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K뷰티를 알리는 데 앞장서 온 것처럼 이번 행사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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