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제품 수요는 감소했으나 원가 하락으로 제품 마진은 개선세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정유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총 4조 원대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업 분야에서 교집합이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비교적 실적 선방이 예고되며 눈길을 끈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총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4사의 총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기준 3조 원대였음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벌어들었던 수익을 1분기 만에 모두 날리는 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석유 수요 감산이 주된 원인이다. 주된 수요국인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봉쇄되며 글로벌 석유 제품의 평가 가치가 떨어지자 재고 평가 손실이 급증한 결과다.
특히 정유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의 영업손실이 1976년 창사 이래 분기 최대치인 1조73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1분기 각각 5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뿐만 아니라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도 1조 원대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의 올해 1분기 수익성은 정유업계와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제 유가 급락으로 공장 가동률과 주요 제품의 수요의 감소 등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나, 실적에 직결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원가가 하락하며 마진이 소폭 개선됐거나 신사업 부문에서 비교적 존재감을 드러낸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유사의 석유화학부문에서 실적이 호전된 것도 정유업과 석유화학업의 다른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1조 원대 분기 적자를 기록한 에쓰오일만 해도 올해 1분기 석유화학부문에서 66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에쓰오일은 울산에 7조 원 가량을 들여 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를 구축해 석유화학 설비를 운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 2365억 원을 올리며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하는 등 상승세를 예고했다. 특히 석유화학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보다 높은 2426억 원의 실적을 올리며 분기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신사업인 전지 부문에서 적자가 이어졌지만 적자폭은 낮추며 전체 실저겡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음달 8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도 적자를 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1분기 41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분기(1502억 원) 대비 72.5% 감소한 수치이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대산공장 폭발 사고 등 예측하기 어려웠던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유가나 글로벌 제품 수요에 민감한 산업군의 올해 1분기 수익 악화는 불가피했다"며 "다만 유가 하락과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감소 등으로 석유화학업종의 주력 생산 제품인 에틸렌이나 원료인 NCC(나프타분해설비) 관련 원가 경쟁력이 올랐다. 이에 정유업종에서 재고 평가 손실이 크게 잡힌 반면 석유화학업종은 평가 손실이 반영되는 요소가 비교적 적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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