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이진하·윤정원·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구원투수' 자처한 비씨카드, 케이뱅크 최대주주 올라설까
[더팩트 | 정리=서재근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앞으로 달라질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 속에 지난 한 주도 경제계 각 분야에서 다양한 이슈가 관심을 끌었는데요.
유통업계에서는 '반(反)기업'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여당이 '역대급' 제1당으로 올라선 데 따른 부담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부터 규제 1순위 목록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죠. 금융권에서는 비씨카드가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구하기에 나선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8000억 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입찰 경쟁 향방에 시선이 쏠렸죠. 총선 결과에 대한 재계 안팎의 목소리부터 들어볼까요.
◆ 21대 국회에 바란다…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총선 결과는 재계에서도 큰 '이슈'였을 텐데요. 전례 없는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시선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유권자가 어느 정당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정부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경제계에서도 이번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는데요.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해석과 평가를 내렸지만, '경제 활성화'에 전념하는 새 국회의 역할을 기대하는 바람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 같은데요. 그래도 그간 정부·여당이 '반(反)대기업'과 '친(親)노동' 중심의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만큼 우려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일부 주요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죠. 한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닌 제1당의 탄생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힘이 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제한하고, 반기업 정서를 확산하는 기폭제가 된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다수 관계자는 '여대야소' 구도보다 '코로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훨씬 더 크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생사기로에 직면한 상황에서 여야 구분을 할 여유조차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 또 다른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차라리 한쪽에서 압승한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지금 경제계가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 어느 당의 입김이 센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여당에서도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던 만큼 강력한 리더십으로 기업과 상생하는,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입법적 지원에 앞장서준다면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총선의 결과를 두고 각자의 해석은 다를지 몰라도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정부와 국회, 경제계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힘을 모아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주길 바라봅니다.
◆ 케이뱅크 구원투수로 등판한 비씨카드…'꼼수' 비판 비껴갈 수 있을까?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개점 휴업' 상태인 케이뱅크가 기사회생할 기회를 얻었다고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살리기 위해 KT의 계열사인 비씨카드가 나섰습니다. 비씨카드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KT가 보유 중인 케이뱅크 지분 10%(2231만 주)를 약 363억 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후 17일 KT는 지분 매각을 단행했고, 비씨카드가 케이뱅크의 2대 주주로 단숨에 올라섰습니다.
-케이뱅크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결의했다죠.
-네 비씨카드는 케이뱅크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서 실권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을 최대 34%로 늘려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의 자회사를 통해 지분 확보를 우회하는 방식이 '꼼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요.
-당초 케이뱅크는 KT를 최대 주주로 올리기 위해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제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KT의 자회사인 비씨카드를 통한 우회로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규제를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특히, 금융당국 역시 비씨카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시켜줄 경우 적격성 심사를 스스로 무력화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우호적인 반응도 나옵니다. 1년 가까이 대출 영업이 중단되는 등 케이뱅크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케이뱅크는 자금이 부족해 지난해 3월부터 일부 대출상품의 영업을 중단했으며, 현재는 예·적금 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대출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사실상 '개점 휴업'인 상태죠.
-당장 존폐의 기로에 놓인 케이뱅크로서는 선택지가 많이 없었겠군요. 금융당국이 비씨카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시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또 우리야?" 복합쇼핑몰 규제 현실화할까 유통업계 '벌벌'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했는데요. 유통업계가 여당 대표 공약 중 하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요. 어떤 점 때문이죠?
-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1호 공동 정책공약으로 내세웠는데요. 이들은 "복합쇼핑몰과 지역 상권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무일 △복합쇼핑몰 입지 제한 등을 약속했습니다.
-사실상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요.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월드타워몰 등 지역 명소가 된 복합쇼핑몰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이상 쉬게 하고, 복합쇼핑몰 신규 출점을 막겠다는 것이죠.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만약 규제가 급물살을 탄다면 복합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매출이 가장 많은 주말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필드 경우만 살펴봐도 주말 방문객이 평균 9만~10만 명으로 주중 대비 두 배가량 많기 때문이죠.
-유통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유통업계는 매번 대기업만 규제의 대상이 된다며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는데요. 그간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은 백화점·대형마트의 성장세가 꺾이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복합쇼핑몰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시장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있다던데요?
-네. 지난 2012년부터 골목상권 보호를 취지로 대형마트 등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이커머스 업계만 수혜를 누리며, 덩치를 키웠다는 주장인데요. 이미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오프라인 대형 매장만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시대 흐름과 안 맞는다는 것이죠.
-그렇군요. 유통업 규제가 현실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요. 전통시장,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기업, 소비자들과의 충분한 논의 후 시장에 정말로 필요한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대우건설 '트릴리언트 반포' vs 삼성물산 '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 격돌
-'재건축 최대어'로 일컬어지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입찰 경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반포3주구는 총공사비 8087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지입니다. 현재 수주전에 나선 곳은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두 곳입니다.
-서초구 반포동의 대규모 사업지면 다른 건설사들도 많이 뛰어들 법한데 왜 두 건설사만 수주전에 참여한 건가요? 지난 2월 25일 진행된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외에도 롯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이 참석했잖아요.
-두 곳 외 여타 건설사들은 다른 사업지에 집중한다며 실제 입찰에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5년여 만에 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든 삼성물산과 대립구도를 연출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견해도 있고, 건설사로서는 수익성이 낮아서 발을 뺐다는 이야기도 불거졌습니다.
-현재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의 입찰제안서는 공개된 상황인가요?
-조합은 지난 13일 최종 검토를 마친 입찰제안서 비교표를 서초구청에 송부했으나 아직 구청에서 공공관리 인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 비교표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 없습니다. 물론 조합원들의 경우에는 비공식적인 경로로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우건설 사업부에서 비교표를 배포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정부의 '클린 수주' 정책에 따라 입찰 참여 건설사들의 홍보 활동에 제약이 있다 보니,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두 건설사는 사업 조건에 사활을 걸었겠네요.
-그렇습니다. 내부적으로 알려진 입찰제안서 비교표에 따르면 두 건설사 모두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상태입니다. 우선 삼성물산의 경우에는 후분양을 제시하면서 눈길을 끌었고요.
-후분양에 따른 위험 부담도 크지 않나요?
-건설사 입장에서 2년 뒤 주택 시장을 장담할 수 없다 보니 부담이 있겠죠. 하지만 삼성물산은 AA+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담을 감수한다는 입장입니다. 삼성물산은 오는 2021년 5월 중순 착공해 34개월 이내로 공사를 빠르게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대우건설은 '반포3리츠' 상장을 통해 추가수익을 확보하겠다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리츠란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해 수익을 배당하는 회사를 일컫습니다. 또 대우건설은 기준금리가 상승해도 변동 없이 고정금리 0.9%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착공은 물론 착공기준일까지도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방침이고요.
-다음 달 중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진행된다면서요.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중 누가 승기를 거머쥘지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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