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에티스, 갑질 논란에 "드릴 말씀이 없다"
[더팩트ㅣ강남=이한림 기자] 글로벌 동물의약품 1위 제약회사 조에티스의 한국 지사 한국조에티스가 직장 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노조 활동에 대한 해고 위협, 욕설과 가혹행위, 경비 용역을 동반한 일방적 직장폐쇄, 지회장 업무배제 등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경고와 징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부당함을 호소하며 130여 일째 본사 사옥 앞에서 "우리의 조에티스를 돌려달라"며 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다. 5년 전 노조를 설립하고 직원 중 70%가 가입해 1년 뒤 최초로 임금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투명한 고용 및 직장 문화가 자리잡는 듯 했지만, 2018년 10월 대표이사 교체와 2019년 6월 인사부장 교체 이후 회사는 노조를 협상의 대상이 아닌 제거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조에티스 본사 사무실이 있는 T412빌딩 정문 앞에서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노조의 사측 부당 행위 고발 집회가 벌어졌다.
이날 집회를 벌인 노조원들은 "심장사상충 박멸엔 '레볼루션(동물의약품 제품명)', 노조파괴에도 '조에티스?'", "'정신병 걸릴 만큼 밤낮으로 전화해서 갈구고 XXX하며 탈탈 털면 다 지발로 기어 나간다'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직장생활 입니다","조에티스 문 앞에서 멈춘 직장 내 민주주의, 노동조합이 앞장서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 회사를 향해 묵언으로 호소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11월 집회 시작 이후 130여 일 째 한국조에티스에서 급여를 받지 못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김용일 화학섬유노조 한국조에티스지회 지회장(한국조에티스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회사로부터 대기발령을 받고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에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3주 정직을 통보받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회장의 정직을 부당징계로 판정하고, 회사 대표를 부당노동행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회사는 정부의 권고가 강제성이 없다고 보고 오히려 대기발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김용일 지회장은 사측의 노조를 향한 일련의 행위가 글로벌 제약회사의 명성과 경영방침에 완전히 어긋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본사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의 직장 톱 150', 미국 잡지 워킹마더가 선정한 '최고의 직장 톱 10'에 6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조에티스의 최근 행보는 입사하고 싶은 직장에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사는 직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원을 향한 사측의 징계 수준 또한 도를 넘었다고 꼬집었다. 회사가 지난해 6월 경비 용역을 투입해 노조원들을 사무실로 출근하지 못하게 했던 '직장폐쇄 사건' 이후 노조원을 향한 무분별한 징계가 남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팀장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건에 따라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사원이 팀장이 되고, 노조 탈퇴자에 한해 승진 발령이 이뤄지거나 파업 노조원의 빈자리를 계약직을 채용해 메우는 등 직간접적인 노조 탄압 문화가 회사 내 자리잡도록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회사가 2년 전 징계가 끝난 대구지사 노조간부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 확산에도 지난달 17일 징계 관련 인사위원회 명목으로 본사 소환을 지시하며 노사간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객과 임직원의 안위를 보장하고자 3월 한달 간 재택근무 일정을 공지해 놓고 내부적으로는 노조간부를 본사로 직접 오게 해 징계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후 노조가 코로나19 최대 피해지역이기도 한 대구지역 담당자를 본사로 불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시점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날짜와 시간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회사는 "코로나19 우려가 크고 대구지역 확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며 "그러나 인사위원회가 이미 수개월 지체돼 더이상 미루기 어렵다며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노조간부는 지난달 26일 인사위원회에 참석했다.
김용일 지회장은 "회사는 노조 탄압을 위해서 직원의 건강, 본사 경영방침, 정부의 권고사항도 무시하고 있다"며 "평일에 매일 집회를 하고 있지만 회사는 무응답으로 일관한다. 인사부장이 건물 안에서 집회를 지켜보다가 가끔 나와서 내용을 녹취하고 사진을 찍고 가는게 전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조에티스는 논란에 대해 답변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측에 반발하고 있는 노조의 직장 내 갑질 관련 모든 주장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최근 대구 지역 노조간부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단행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같은 답변을 반복하며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용일 지회장을 포함한 한국조에티스 노조원들은 지회장 및 조합원 부당징계, 교섭해태 등 노조 탄압 행위 주장을 포함한 직장 내 갑질 행위 등에 대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사측에 요구하면서 집회를 지속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조에티스는 지난해 1998년 한국화이자그룹 내 동물의약품 판매부에서 2013년 한국조에티스로 사명을 바꾸고 동물백신약품 도소매 등 의약품 도매 사업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약 400억 원, 직원 수는 55명이다. 지난해 6월 노조가 이틀간 부분파업을 단행하자 다음날 직장폐쇄로 대응하며 나흘간 직원들을 출근하지 못하게 하는 등 노사간 갈등이 불거졌고 이윤경 대표는 같은해 9월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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