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연합 "상장폐지로 이어질 시 고소로 대응"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현직 직원의 횡령혐의 발생에 의해 감사의견 '거절'을 냈던 한영회계법인이 최악의 경우 주주연합 측으로부터 고소 받을 위기에 처했다.
유양디앤유는 1976년 설립돼 디스플레이용 전원공급장치와 2차 전지 생산장비 제조를 주사업으로 하며 케미칼과 바이오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업체다. 한영회계법인은 유양디앤유에 대해 2005년부터 회계감사를 진행해 왔다.
한영은 지난 19일 유양디앤유 감사보고서를 통해 현직 직원의 횡령이 예상된다며 감사의견 '거절'을 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유양디앤유의 거래정지를 공시했다.
유양디앤유는 직원 김모씨가 65억9310만 원 규모의 횡령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며 직원에 대해 고소에 나섰으나, '유양디앤유 횡령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소액 주주 모임'(주주연합) 측은 한영의 감사보고서로 인해 회사와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주연합 측은 "한영이 과거에 내준 적정의견을 올해 돌연 뒤집었다"며 "과거에 이미 적정을 받아 회사가 문제 없이 시장에서 거래를 해 왔는데, 이번 비적정 의견으로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과거 문제없다는 의견을 보고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영은 2019년분에 대한 감사의견을 비적정으로 낸 것에 더해 이전에 적정처리했던 부분까지 비적정 의견을 냈다.
이에 만약 회사가 상장폐지로까지 이어질 시 회사나 주주측이 마음먹고 고소한다면 지금까지 내준 적정의견을 뒤집은데 대한 책임을 문제삼을 수 있다고 주주연합 측은 주장하고 있다. 주주연합 관계자는 "4월 1일쯤 한영 측에 내용증명서를 보낼 예정으로 소액주주들이 움직임에 나서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양디앤유는 당초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사태가 날 경우 고소 등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였으나, 현재는 2019년도분에 대해 한영에게 재감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유양 측은 고소에 대한 방침에 대해 "당장의 고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회사 측은 24일 실질심사자료를 제출한 상태로, 거래소로부터 개선기간을 부여받게 된다면 한영에게 2019년도분을 재감사 받거나 또 다른 회계법인에 2020년도 기준으로 새롭게 감사를 받는 방법을 택해 거래재개를 위한 대처에 나설 방침이다.
만일 한영이 유양디앤유의 회계상 문제점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고소는 피하겠지만, 이전 의견을 뒤집은데 대한 의문은 계속해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한영은 과년도 감사의견을 비적정으로 바꾼 것에 대해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유양과 얘기하라"고 답을 피했다.
회계업계는 이번 사건을 두고, 최근 회계법인의 감사가 까다로워진 데에는 재감사를 노린 악의적인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적정의견을 받는 업체가 늘어나는 모습이 포착되는데, 이는 회계법인 갑질이 늘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비적정으로 감사의견을 내면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어쩔 수 없이 재감사를 맡겨야하니 일부 악의적인 의도로 감사의견을 깐깐하게 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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