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업계 휴점 통해 '버티기' 돌입…매출 회복 불확실성 커져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을 이기지 못한 SM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외국인 관광객 급감에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는 점포 휴점 등을 통해 고통을 감내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면세점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SM면세점 특허권 반납이 시작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M면세점은 2015년부터 운영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문을 닫는 첫 면세점이다.
오는 9월 30일까지 시내면세점 영업을 마치겠다는 의사를 밝힌 SM면세점은 앞으로 인천공항 매장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인천공항점 역시 여행객 수 급감으로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여행객 수가 일평균 18~22만 명 정도 수준이었으나, 최근 1터미널과 2터미널을 포함해 일평균 50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2월 면세점을 방문한 고객 수도 175만4175명으로 1개월 전(383만7445명)보다 54% 줄어들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71만662명으로 전월(161만3966명)보다 56%, 내국인 이용객은 104만3513명으로 53% 감소했다.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면세점업계는 울고 싶은 심정이다. 면세점들은 너나할 것 없이 '휴점 카드'를 꺼내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부터 김포공항점 무기한 휴점에 들어갔고, 김해공항점도 지난 22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문을 닫는다. 신라면세점 역시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김포공항점 영업을 중단했는데, 29일 영업 재개 여부도 미정이다.
해외지점도 휴점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13개 지점 가운데 베트남 다낭공항·나트랑깜란공항·하노이공항과 호주 캔버라공항·다윈공항, 괌, 일본 시내면세점 등 7곳 문을 닫기로 했다. 신라면세점도 일본 도쿄에 있는 타카시마야면세점과 태국 푸켓 시내면세점을 임시 휴점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영업시간을 단축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단축 영업을 시행한 데 이어 당분간 서울 명동점과 강남점을 월 1회 휴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 인천공항의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일부는 2월분 임차료를 납부하지 못하기도 했다.
SM면세점은 지난 25일까지 내야했던 2월분 임차료를 내지 못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장 면세점 2곳과 입국장 면세점 1곳을 운영하는 SM면세점이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는 월 30억 원가량이다. 이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연 15.6% 수준의 연체 이자를 내야 한다. 하루에 130만 원 정도의 연체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이다. 출국장 면세점 1곳을 운영하는 그랜드 면세점도 2월 임차료를 납부하지 못했다.
대기업 면세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이 납부해야 하는 월 임대료는 830억 원 수준인데 3월 매출액은 400억 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한 달 매출의 2배를 임대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매출이 3억도 안 될 예정인데 내야 할 임대료는 12억 원에 달한다"면서 "인천공항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임차료 미납이 남의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 내내 이어진다면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줄폐업 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되더라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입돼야 매출이 살아날 텐데 국외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인력감축에 휴점은 물론이고 최악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모든 면세점들이 생사의 기로에 노여 있다"며 "SM을 시작으로 면세점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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